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의 기원은 1970년대로 올라간다. 1979년 영화 ‘스타워즈’의 감독 조지 루카스가 설립한 루카스 필름에 그래픽 프로그래머 에드 캣멀, 컴퓨터 공학자 앨비 레이 스미스의 컴퓨터 사업부가 문을 열었고, 이들은 컴퓨터가 집채만하던 그 시절부터 3D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월트 디즈니에서 해고된 애니메이터 존 래세터가 합류하며 ‘드림팀’이 구성된다.
1986년 애플에서 퇴출된 스티브 잡스가 1,000만 달러에 루카스 필름을 인수해 픽사 주식회사를 만든다. 20초짜리 컴퓨터 애니메이션 ‘룩소 2’를 선보인 픽사는 ‘최초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표방하며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만든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 계획을 발표한다. 픽셀(pixel·컴퓨터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과 예술(art)을 조합한 사명 ‘픽사(pixar)’를 실재로 구현해 내겠다는 것. “컴퓨터로 만든 차가운 애니메이션을 한 시간 넘게 봐줄 관객은 없을 것”이라는 당대의 냉소는 1995년 최초의 3D 장편 애니메이션 ‘토이 스토리’ 개봉과 함께 날아갔다.
작업에 소요될 80만 시간(약 91년)을 10년으로 줄여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낸 픽사는 ‘토이 스토리’로 3억6,000만 달러의 입장 수입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이후에도 픽사는 창의적인 스토리와 이를 구현해 내는 기술력으로 ‘라따뚜이’, ‘월. E’, ‘니모를 찾아서’ ‘인사이드 아웃’ 등을 꾸준히 히트시켰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최고창작책임자(CCO)인 존 래세터는 훌륭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필수 요소로 캐릭터, 스토리, 월드(영화 속 세계)를 손꼽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다. ‘스토리텔링 22가지 법칙’을 적용해 탄생한 픽사의 작품들은 우정(‘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도전 정신(‘벅스 라이프’), 가족애(‘니모를 찾아서’) 같은 인생의 보편적 가치에 주목한다. “관객 마음을 움직이는 건 우리 삶에 관한 얘기”(존 래세터)란 논리이지만, 권선징악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한 플롯은 종종 ‘세련된 포장의 디즈니’로 저평가되기도 한다.
픽사에는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해 작업하는 아티스트들도 많지만, 아직도 전통방식인 연필 드로잉과 파스텔 채색, 캐릭터 모형 조각 등 수작업을 아티스트도 많다. 아티스트들이 만든 ‘수공예’ 작품들이 바탕이 돼 픽사 애니메이션을 완성하는 것이다.
픽사 30주년을 맞아 국내 전시가 열린다. 8월 8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리는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전’에서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아티스트들이 직접 연필로 그린 드로잉 등 450여점에 이르는 작품을 공개한다. (02)2153-0000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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