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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불볕 더위 속 ‘5인 5색’ 유세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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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불볕 더위 속 ‘5인 5색’ 유세 스타일

입력
2017.05.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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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이른 불볕 더위 속에서도 유권자의 표심을 잡기 위한 대선 레이스는 쉴 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돌 스타처럼 구름 인파를 몰고 다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유세 현장을 축제장으로 만들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지역별 맞춤형 트로트 열창에 거침 없는 호전적 연설로 장터형 유세를 펼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두 손 번쩍’ 포즈에 이어 최근에는 뚜벅이 유세로 전환하는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 것이 특징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유권자들의 사인과 셀카 요청에 일대일로 접촉하는 스킨십형 유세를,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사회적 약자를 끌어안는 카리스마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가히 ‘5인5색’ 유세열전이다.

문재인은 구름인파 속 유세돌

유세와 아이돌의 합성어인 ‘유세돌’은 수천명의 인파를 몰고 다니는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빗대 만들어진 신조어다. T자형으로 마련된 무대에 오르기 위해 구름 인파를 헤치고 등장하는 모양새가 마치 런웨이의 패션쇼 스타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대에서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문 후보가 균형을 잃지 않도록 김경수 대변인과 기동민 수행실장이 문 후보의 허리를 붙잡는 ‘안전벨트’역할을 하는 장면 또한 이색적이다.

청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문 후보의 연설과 다양한 볼거리로 유세 현장은 금세 축제장으로 변한다. 문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은 누굽니까?”, “공정한 나라를 만들 사람은 누굽니까?”라고 물으면 지지자들이 “문재인!”이라고 연호하는 식이다. 유세현장 곳곳에 등장하는 ‘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문재인)얼굴이 복지다’라는 플래카드는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한다. 최근 1강2중2약의 구도가 고착한 된 뒤로는 ‘국민통합 대통령’ ‘안보 대통령’ ‘준비된 대통령’을 강조하는 문 후보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는 최근 부산 서면 유세에서 “다음에는 대통령으로 인사 오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여유까지 보였다.

다른 대선 후보들이 정당 상징색으로 통일된 유세 점퍼를 입지만 문 후보는 청색 계열의 정장에 넥타이 차림을 고집하고 있다. 그런 문 후보가 최근 부산, 광주, 마산에선 각 지역의 프로야구팀 유니폼을 입어 볼거리를 선사하기도 했다. “문재인 됐나, 됐다”(부산), “문재인 씨게 밀어달라”(경남), “그려 이번엔 문재인이 혀”(충청), “자주 못 찾아와 미안하우다, 잘도 반갑수다”(제주) 등 지역 유세 때마다 선 보이는 문 후보의 지역 맞춤형 사투리도 주목을 끌고 있다.

홍준표는 가는 곳마다 트로트가수

홍준표 한국당 후보의 유세는 장터형이다. 유세 초반에 홍 후보가 지역 특색에 맞는 트로트를 부르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후 연설에서는 ‘강성 귀족 노조 타파’ ‘좌파 척결’과 같이 거침 없는 발언을 쏟아낸다.

홍 후보는 최근 충남 서산 유세에서 “서산만 오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죠?”라며 ‘서산갯마을’을 열창했다. 부산 유세에서는 ‘돌아와요 부산항에’, 대전에서는 ‘대전부르스’를 부르는 등 지역 맞춤형 노래자랑을 펼쳤다. “강성 귀족노조를 척결하겠다”, “언론이 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대통령 안 시키려고 온갖 지랄들을 한다”는 다소 과격한 연설에도 보수 지지자들은 환호를 보낸다.

홍 후보는 유세 도중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대목에서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한다. 지난달 26일 대구 서문시장 유세에서 ‘서민대통령’을 강조하며 “월급 800원을 받는 조선소 경비원 하던 아버지와 까막눈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배웠지만 이제는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고 말하며 눈 주위가 빨개졌다. 지지자들이 덩달아 눈물을 흘리며 현장이 침울해지자 “정치 이야기보다 홍준표 라이프 스토리가 더 재밌다”고 너스레를 떨며 분위기 전환을 유도했다. 홍 후보의 유세는 주로 보수의 텃밭인 영남권에 집중되는 편이다. 5일 기준으로 선거운동기간 영남 지역에서만 총 19차례 유세를 했을 정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흩어진 보수층 결집과 집토끼 사수에 주력하는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 다양한 방식 시도하는 ‘실험형’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벤처 사업가 출신답게 유세도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는 실험형이다. 유세 초반 안 후보는 두 팔을 브이(V)자 형태로 뻗는 ‘두 손 번쩍’ 포즈와 목소리를 낮고 굵게 깔면서 울부짖는 듯한 소몰이 발성법을 구사했다. 특히 유세 때마다 소매를 걷어붙인 채 만세 포즈를 반복하고 ‘저 안철수’라고 말할 때 가슴에 손을 올리는 등 큰 동작으로 강한 이미지를 부각시켜왔다. 현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제가 유행시킨 말이 있죠?”라며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화제가 된 “미래를 열 후보, 누굽니꽈아아”를 외치기도 한다.

그러나 대선 레이스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안 후보는 4일부터 배낭을 메고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유세’를 시작하는 등 방식에 변화를 줬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안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초반부터 관련 일정을 꼭 포함시켰다. 충청권을 방문할 때는 충북 오송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울산을 찾을 때는 그린카기술센터를 방문하는 식이다. 특별한 일정이 없을 때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하루를 마무리 짓는다.

유승민은 스킨십형, 심상정은 카리스마형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유세는 팬 사인회 현장을 방불케 한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서울 강남, 대학로, 신촌 지역을 찾을 때면 유 후보의 자전적 에세이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를 들고 와 사인을 요청하는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때문에 셔츠 왼쪽 가슴 주머니에 꽂혀 있는 사인용 네임펜은 유 후보의 유세 필수품이 됐다. 최근에는 유 후보와 딸 담씨와 인증샷을 찍기 위해 대기하는 지지자들이 폭주하면서 1시간으로 예정된 유세가 2, 3시간 지체되기도 했다. 바른정당 선거대책위 관계자는 “선거운동 첫 주는 지방을 돌면서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지만 목이 금방 쉬고 호응을 유도하기도 어려웠다”며 “중반부부터는 유세를 최소화하고 시민들과 1대 1로 접촉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심블리에 이어 심크러쉬(심상정+걸크러쉬)라는 별명을 얻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유세에서 카리스마로 좌중을 압도한다. 지난달 26일 울산시장에서 좌판에서 채소를 파는 노인이 “장사가 안돼 머리가 아프다”고 하소연하자 “제가 다 사드려야지”라며 봄나물을 싹쓸이 구매해 ‘나물 카리스마’로 불렸다. 지난달 27일 서울 성신여대 앞 유세에서는 ‘동성애를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에 현장에 있던 성소수자들이 눈물을 흘리자 심 후보가 다가가 안아주며 눈물을 닦아주기도 했다. 엄마의 품으로 사회적 약자를 안아주는 심 후보는 5일 전주에서 ‘이심전심 허그유세’를 진행하기도 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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