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4일(현지시간) 대북 원유공급 등을 차단, 김정은 정권의 자금통로를 틀어막는 강력한 대북 제재법안을 통과시켜 상원으로 넘겼다. 3월29일 하원 외무위를 통과한 법안의 신속하고도 압도적(419대 1)인 처리는 미국 행정부뿐만 아니라 의회까지 강력한 대북 압박의지를 갖고 있음을 일깨운다. 법안을 발의한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법안 통과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정권은 4년 안에 핵미사일로 미국 본토 전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출 수도 있다”며 “북한의 위협은 실질적이며, 그런 실질적 위협에는 실질적 대응으로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원을 통과한 ‘대북 제재 및 현대화법안(H.R.1644)’은 미국 행정부에 북한의 주요 외화 유입 경로를 차단할 포괄적 제재 권한을 부여했다. 북한에 원유를 공급하거나 북한 노동력을 활용하거나 온라인 거래, 농수산물ㆍ식품ㆍ직물 거래 등 모든 행위에 대해 제재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제재에 응하지 않는 외국 기업에 대한 ‘2차 제재’ 권한까지 부여해 제재의 실효성을 높였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북 원유공급 차단이다. 원유 공급 제한은 북한 경제는 물론이고 군사력 운용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인 데다 대북 에너지 공급의 90%를 떠맡아온 중국에 추가 대북 압박을 재촉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은 1월과 2월 북한산 석탄을 각각 144만, 123만t 수입했으나 2월 전격적 수입 중단으로 3월에는 그 규모가 6,300t으로 급감했다.
북한산 석탄 수입 금지와 대북 국경교역 금지, 대북 여행 제한 등 중국의 잇따른 압박은 북한 관영매체의 공개적 대중 비난을 부를 정도로 북한 정권에 부담이 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3일 ‘김철’이란 개인 명의로 ‘조중 관계의 기둥을 찍어버리는 무모한 언행을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에서 종래의 ‘주변국’이나 ‘덩치 큰 이웃’이란 표현 대신 ‘중국’을 직접 지칭해 “조중 관계의 붉은선은 우리가 넘어선 것이 아니라 중국이 난폭하게 짓밟으며 서슴없이 넘어서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으로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등이 양국 관계의 기틀인 ‘북중 우호조약’의 존재 가치에까지 의문을 제기했다.
최근 중국의 자세, 그리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현재까지의 대북 전략이 “전체의 20~25% 수준”이라고 밝힌 것 등은 미중 양국의 점층적 대북 압박을 예고한다. 5ㆍ9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새 정부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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