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역 절반 가족동반 전주 이주
우수인력 신규 채용은 줄어 들어
국민 노후자금 558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지난 2월 전북 전주시로 이전한 이후, 운용역(펀드매니저) 가운데 절반은 전주로 완전히 이사해 대거 이탈 사태는 일단 모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 소속 운용역 264명 중 132명(50.0%ㆍ4월초 기준)이 가족을 동반해 전주로 이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엔 전주로 이사온 미혼 운용역(85명)도 포함된다.
반면 가족을 서울 등지에 남겨두고 홀로 이사 오거나(126명ㆍ47.7%) 서울 등지에서 전주로 출퇴근(6명ㆍ2.3%)하는 운용역 수는 완전 이주자보다 적었다. 운용역의 이런 이주 비율은 기금운용본부를 제외한 국민연금 직원의 가족 동반 이주율(49.2%ㆍ331명)을 넘어서는 규모다. 기금운용본부를 제외한 국민연금 본부는 2015년 6월 먼저 전주로 이전한 바 있다.
가족 동반 이주를 한 운용역들은 한동안 직장을 옮길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급격한 인력 이탈 우려는 일부 덜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을 앞두고 운용역들이 대거 이탈해 민간 자산운용사나 증권사로 옮겨갈 것이란 일각의 전망과 다소 어긋난 통계 결과다.
이주율이 예상보다 높은 건, 금융투자업계에서 기금운용본부가 글로벌 자산운용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괜찮은 직장으로 꼽히는 데다 전주의 정주 여건 역시 나쁘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우자와 쌍둥이 자녀를 데리고 최근 전주로 이사한 운용역 최모(38)씨는 “가족의 반대가 있었지만 출퇴근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사내 어린이집이 잘 돼 있어 이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완전히 안착했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 기금운용본부의 연간 퇴직자 수는 2014년 9명, 2015년 10명에 그쳤지만, 지난해엔 30명으로 치솟았고, 올 들어서도 이달 1일까지 벌써 12명이 퇴사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에 대한 검찰ㆍ특검 수사와 전주 이전의 여파가 이어진 결과다. 또 올해에만 운용역 50여명이 재계약을 앞두고 있어 이들의 잔류 여부도 미지수다.
기금운용본부는 최근 30명 안팎을 목표로 운용역 채용 절차를 진행했으나 이중 절반인 15명만 뽑기로 했다. 운용역은 3~5년 계약직으로 민간 펀드매니저 가운데 선발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경쟁률은 낮지 않았지만, 지원자 개개인의 경쟁력이 과거보다 낮아 채용 규모가 줄어들었다”면서 “운용역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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