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을 놓고 해양수산부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측의 거래 의혹을 제기한 SBS 보도의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해수부 장관이 기자회견까지 열어 “세월호 인양에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없다”고 공언하고 SBS는 잘못을 시인하는 사과와 담화를 잇따라 내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일부 후보 진영이 문제를 계속 확대하는 것은 진위와 상관 없이 정치적 반사이익이나 챙기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 파문의 직접적 원인 제공자는 물론 SBS다. 2일 ‘SBS 8 뉴스’에서 “솔직히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거든요”라는 익명의 해수부 직원의 발언을 내보냈다. 해수부가 고의로 인양을 늦춰 문 후보에게 도움을 주려 했고, 문 후보는 그 대가로 해수부에 제2차관 등 조직을 확대해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해수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을 내다보고 인양을 미뤘다는 주장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해수부는 익명의 직원이 7급 실무급 공무원으로, 기자와의 통화 중 온라인 등에서 본 이야기를 언급했을 뿐이며 세월호 인양 일정 등과 관련해 책임 있게 말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 비춰 보면 애초부터 무리한 보도였던 게 분명하다. 이런 류의 보도는 SBS를 넘어 언론 전반에 대한 불신을 부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특히 투표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는 공연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사실 확인과 객관적 근거 제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마땅하다.
이 보도를 빌미로 선거판을 흔들어 보겠다는 듯한 정치권의 태도도 큰 문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SBS가 온라인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한 것을 두고 “집권하면 ‘SBS 8 뉴스’를 없애겠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은 김영석 해수부 장관을 정치중립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이 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세월호 사고 조사 및 인양을 방해했던 점을 생각하면 염치 없고 뻔뻔한 짓이다. 국민의당 역시 박지원 대표가 페이스북에 “그렇게 ‘세월호, 세월호’하며 탄식하던 문재인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쓰는 등 사실 관계 확인은 뒷전이고 정치 문제화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
해당 언론사가 문제 있다고 인정한 보도를 사실인 양 호도하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얄팍한 정치적 술수일 뿐이다. 눈앞의 대선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세월호 참사를 선거전에 마구잡이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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