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종목 제외하면 상승률 0.3%
외국인 삼성전자가 쌍두마차 역할
추가 상승하려면 지나친 편중 벗고
종목 전반으로 투자심리 확산돼야
코스피지수가 4일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이 그간의 지루한 ‘박스피’(박스권+코스피) 오명을 벗고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거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에선 당장 5~6월 안에 코스피가 2,300선을 넘을 거란 전망이 쏟아진다. 하지만 최근의 지수 상승이 외국인 매수세와 ‘대장주’ 삼성전자의 급등에 상당히 기댄데다, 북핵 리스크 등 위험 요소도 여전해 국내 증시가 한 차원 수준을 높이기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사상 최고가(2,241.24)를 비롯해 올 들어 국내 주가 상승을 이끈 원동력은 단연 ‘외국인’과 ‘삼성전자’다. 이날 외국인은 기관과 개인의 순매도세를 비웃듯, 3,643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은 6조7,612억원의 주식을 사들였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순매수 금액(11조3,000억원)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외국인들은 코스피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지난달 20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정보기술(IT) 종목을 집중적으로 쓸어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이날 227만6,000원으로 또 다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고, SK하이닉스도 0.9% 오른 5만5,900원으로 2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갈아 치웠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상 최고치 경신에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일시적 이벤트가 아니라 장기 상승추세로 이어지는 계기가 될 거란 얘기다. 우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상승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새 정부의 경기 부양책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그간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악재들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대세 상승의 시작”임을 주장하는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채권의 시대가 끝나고 금리가 오르면서 이제는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투자자산 대이동) 시대로 가고 있다”고 진단할 정도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코스피가 올해 대다수 증권사가 예상한 2,350선을 넘어서려면 투자심리의 온기가 내수주와 중소형주 등 종목 전반까지 확산돼야 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작년 초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는 13.2% 상승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코스피 상승률은 0.3%에 불과하다. 2,240을 넘은 지수도 두 종목을 빼고 단순 환산하면 1,880 수준에 그칠 정도다.
최근 코스피의 버팀목인 외국인 매수세도 반대로 말하면 글로벌 경기 변화나 예상치 못한 악재로 외국인이 투자 방향을 틀 경우, 언제든 치명적인 악재로 급반전될 수 있다.
북핵 리스크도 넘어야 할 산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요소인 북핵 리스크가 심각한 방향으로 흐를 경우, 주식시장이 침체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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