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장
호주 ANZ은행 소매부문 인수
지점 수·자산 1위로 올라서
“베트남 금융수준 격상시킬
금융의 삼성전자 되겠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되겠다.”
신동민(54) 신한베트남은행장의 표정에는 여유와 함께 자신감이 묻어났다. 지난달 21일 호주 ANZ은행의 베트남 소매부문을 인수, 베트남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지점 및 총자산규모 1위로 올라선 덕분. 그는 4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추가 인수합병(M&A)에 나설 수 있는 체력을 갖추게 됐다”며 글로벌 금융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금융부문의 글로벌기업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며 “삼성, 엘지, 현대차처럼 금융 분야의 글로벌 한국 기업은 신한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올 연말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신한베트남은행은 총자산 30억달러(3조4,110억원), 카드회원 16만명, 임직원 1,300명 규모 은행으로 거듭난다. 현지 은행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할 수 있는 덩치로 커지는 셈이다. 신 행장은 “이제 관건은 두 조직이 얼마나 잘 섞이고 그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내느냐 하는 것”이라며 “원만한 통합을 통해 기존 고객은 물론 기존 ANZ은행 고객에도 높은 만족을 주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신한은행은 1982년 당시 조흥, 상업, 제일은행 등 다양한 출신의 직원들이 모여 출범한 은행. 이후 공채와 각 은행 출신 경력자들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시너지를 낸 은행으로 평가된다. 특히 신한베트남은행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만든 현지 은행 제일비나의 후신인 신한비나를 2011년 말에 인수, 성공적으로 융합시킨 경험도 있다. 신 행장은 “이런 이력 때문에 다양한 전력(戰力)을 하나의 연합군 조직으로 만들고, 이들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신한에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신한베트남은행 사령관으로 부임한 그는 국내 금융계에서는 첫손에 꼽히는 베트남통이다. 2004년 호찌민 부지점장으로 베트남과 연을 맺은 뒤 10여년 동안 빈증지점 개설준비위원장, 호찌민T/C 센터장, 베트남 북부본부장, 하노이지점장 등을 거쳤다.
신한베트남은행이 진출 23년 만에 베트남 내 외국계 1위 은행에 오른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도 그는 갖고 있다고 했다. 이른바 ‘메기론’이다. “현지 은행들도 성장하고 있지만 스스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외부의 자극이 있을 경우 성장이 더욱 빨라집니다.” 미꾸라지 논에 메기 한 마리를 풀어 놓으면 미꾸라지들의 생존율과 품질이 좋아지듯, 베트남 현지 은행들 사이에 신한베트남은행이 메기와 같은 역할을 해 나갈 것이란 의미다.
이미 여러 방면에서 자극이 이뤄지고 있다. 신 행장은 “이달 중 신한베트남은행이 삼성 갤럭시 홍채 인식 기능을 통한 모바일 뱅킹 시대의 막을 올릴 것”이라며 “다양한 기존 비대면 ‘디지털 뱅킹’ 서비스들과 함께 베트남 금융의 수준을 격상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찌민=글·사진 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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