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보다 2배 몰려
투표 포기하는 사람들도
“투표소가 여기 밖에 없어요?”
사상 첫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 F체크인카운터 옆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앞은 유권자와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투표소가 열리는 오전 6시부터 이어진 유권자 행렬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길어졌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줄은 투표를 마칠 때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알려주는 안내판을 기준으로 ‘약 30분 소요 예정’을 훌쩍 넘겼다.
사전투표를 하고 출국하려는 여행객과 항공사 승무원들 외에 공항에서 근무하는 시민들도 줄을 섰다. 여행객들은 셀카봉으로 사진을 찍거나 여행 얘기를 하며 지루함을 달랬고 승무원 등은 줄이 빨리 줄어들기만 바랐다.
가족과 함께 대만 여행을 가려고 공항을 찾았다는 정현민(41)씨는 “공항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해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20분째 줄을 서고 있다”라며 “투표소를 한군데 더 만들었으면 사람들이 분산돼 좀 더 편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사전투표를 하려면 약 40분 이상 줄을 서야 했다. 느리게 줄어드는 줄에 기다리는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거나 시계를 연신 들여다봤다. 결국 출국 시간이 가까워 지거나 함께 여행을 떠나는 일행들과 시간을 맞추기 위해 사전투표를 포기하는 시민들도 속출했다. 아쉬운 표정으로 줄을 이탈하는 단체 여행객들도 있었다.
인천공항공사 직원들에게 다른 투표소가 없는지 묻던 장모(61ㆍ여)씨는 “친구들과 환갑여행을 떠나기 전에 투표를 하려고 여유 있게 왔는데 생각보다 줄이 너무 길고 수하물 문제까지 생겨 포기해야 할 것 같다”라며 “투표소가 한군데 밖에 없어 아쉬운데 다음 선거 때는 더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시 중구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인천공항 사전투표소에선 오전 10시 1분 현재 2,235명이 투표를 마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오전 10시 기준 1,100명)보다 두 배 많은 수치다. 인천공항공사는 앞서 4, 5일 이틀간 17만3,400여명이 출국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구선거관리위원회는 앞서 인천공항 사전투표소에 투표용지 발급기 10대와 기표소 10곳을 설치했다. 중구선거관리위원회는 5일까지 이틀간 1만6,000여명의 유권자가 투표할 것으로 예측했다. 사전투표는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이 있으면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사전투표소 3,500여곳에서 할 수 있다.
글ㆍ사진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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