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말 춘천에서 열린 프로배구 워크숍 현장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신원호 사무총장/사진=정재호 기자
[춘천=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프로배구 V리그는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거듭나고 있다. 2015-2016시즌 시청률은 남자부 1.07%, 여자부는 0.77%를 기록할 정도로 높았다. 2016-2017시즌에는 총 관중 수가 전년대비 약 3%p 증가하며 60만 명에 육박했다.
이런 중흥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005년 프로배구 출범 후 V리그는 매년 제도 개선과 팬 친화적인 서비스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 결과 중년층만 찾는다는 인식이 강했던 배구장에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한 가족 단위 응원 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스포츠경제가 글로벌 정보분석기업 닐슨 코리아와 함께 V리그 팬들의 행복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배구장에 같이 가는 사람으로 친구(43.7%)와 가족(28.2%)이 전체 1, 2위에 오를 만큼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프로배구 팬들의 행복감을 더욱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 2005년 LIG 단장을 거쳐 지난 2012년 말부터 한국배구연맹(KOVO)를 이끌며 경영의 전문성과 재정 안전성을 이끈 것으로 평가 받는 신원호(61) KOVO 사무총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프로배구를 보기 위해 현장을 찾는 실 관중들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사회적인 여러 악재에도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팬 친화적으로 나날이 발전해가는 KOVO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원동력은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트라이아웃(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 개선을 통해서 구단 전력이 평준화됨에 따라 하위 팀이 약진했습니다. 승부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흥미진진해져 갑니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오픈 공격이 줄어들고 스피드 배구나 토탈 배구와 같은 구단 별로 색깔이 있는 배구가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준 한 축입니다. 또 하나는 구단 별 팬 친화적인 마케팅의 진화입니다. 스포테인멘트로 발전하는 단계입니다. 팬들이 단순히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이벤트에 직접 참여해서 즐기고 있습니다. 치어리더가 찾아가서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초청가수 공연과 같은 엔터테인멘트 요소가 가미되는 것입니다. 선수들도 팬들과 사진을 찍는다든지 활동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들은 구단별로 더 발전할 걸로 예상합니다."
-TV 시청률은 이미 프로농구를 넘어 우위가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겨울 스포츠의 대표 스포츠로 자리 잡기 위해 그 동안 어떤 노력들을 해오셨습니까.
"프로농구 시청률을 넘었다는 건 세 가지 의미입니다. 지금은 SBS가 추가됐지만 프로 출범 때부터 줄곧 주관 방송사로 KBS와 해왔습니다. 모든 경기를 라이브 중계하고 경기 시간을 고정해 팬들에게 각인을 시켰습니다. 두 번째는 연결성이 아닌 단절성의 점수화되는 배구 종목의 특성입니다. 배구는 세트 별로 하다 보니 역전의 묘미가 큽니다. 세 번째는 연맹에서 구단과 같이 발표한 2014년 미래 비전입니다. 연맹의 미션은 제가 온 뒤 '설매화'라는 키워드로 정리했습니다. 겨울의 꽃은 뭐냐고 했을 때 함축적으로 설매화를 떠올렸습니다. '설'은 팬 친화적이 마케팅으로 팬들에게 '설렘'을 주자는 뜻이고 '매'는 모두가 합심하고 노력해 '매너' 있는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것이며 '화'는 구단과 언론과 스폰서, 팬들이 소통하는 '화합'의 시대정신을 담자는 의미입니다. 행복한 삶의 추구는 모든 스포츠의 사명입니다. 지향하는 가치는 사회 통합을 포함합니다."
-다음 시즌에는 목표로 하는 관중 수가 있는지요. 나아가 한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 수 3,000명 이상 유치를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구단과 연맹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료 초청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현대캐피탈의 관중 수가 줄어든 이유는 거의 100% 무료 관중을 없앴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구단들도 유료 티켓으로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시즌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유료 티켓 위주로 55만 명이 배구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다만 배구는 단점이 하나 있습니다. 연고지들이 대부분 소규모 도시이다 보니까 경기장이 농구보다 조금 작은 편입니다. 주말에 꽉 차면 5,000~6,000명 수준입니다. 경기력의 측면에서는 승리도 중요하지만 지더라도 멋지게 지는 것이 팬들이 원하는 바입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의 도움도 있어야 합니다. 김천 같은 경우는 지자체로부터 금전적인 지원을 많이 받습니다. 농촌 지역이다 보니까 지자체가 홍보를 많이 해줍니다. 아울러 경기장에 온 팬들이 다양하게 즐길 거리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팬들이 배구장에 같이 가는 사람으로 '친구(43.7%)'와 '가족(28.2%)'을 가장 높은 비율로 꼽았습니다. 친구, 가족이 함께 즐기는 배구장으로 변모하는 현상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스포츠의 본래 기능이 단순 승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이 즐기는 스포테인먼트에 있다는 점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혼자가 아니라 친구,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아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추구해야 할 방향입니다. 요즘에는 젊은 여성층이 많이 늘었습니다. 중년 이상의 관중만 온다는 인식이 없어졌습니다. 여럿이 함께 즐거운 것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닌 협업하는 배구의 기능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도와주고 도움 받는 배구의 가치가 삶의 가치와 통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 하나는 다른 종목에 비해 배구에 유난히 미남ㆍ미녀가 많습니다. 햇빛을 안 받고 신체의 접촉이 없는 수직 운동이다 보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점들이 어우러져 친구, 가족 분들이 왔을 때 좋아하는 선수를 같이 응원하는 재미가 생깁니다."
▲ 연설하고 있는 신원호 사무총장/사진=한국배구연맹
-배구장이 보다 가족 친화적이 되기 위해 개선해야 될 점이나 필요한 점들은 무엇입니까.
"하드웨어의 측면이 보완돼야 합니다. 사용하는 구장이 팬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수원과 서울은 전용 경기장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VIP석과 같은 돌출 부분이 존재합니다. 관중과 거리를 두는 부분들은 가급적 없애야 하고 커플존ㆍ패밀리석 등 경기장 특성에 맞게끔 하드웨어적으로 개선이 필요합니다. 배구 경기장에 맞게끔 전광판도 보완해야 하는데 천안이 대표적인 개선 사례입니다. 또 경기만 보고 가는 게 아니라 체험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그만 공간이라도 서브를 넣는다든가 하는 식의 교육 공간을 확대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경기장은 구단 소유가 아니어서 지자체 도움이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팬들은 올해 응원 팀 때문에 행복했던 이유로 많은 승리(12.2%)를 압도적으로 제치고 상황에 관계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46.5%)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이런 반응이 KOVO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배구 종목의 특성이 아닐까 싶습니다. 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디그하고 토스하고 스파이크 하는 것이 몰입돼 호흡을 같이 한다는 걸 느낍니다. 순간순간 느끼는 것이 연속성의 게임보다는 몰입도가 높지 않나 싶습니다. 논어에도 나왔듯이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팬 친화적인 마케팅을 하면서 같이 즐기는 것, 이렇게 나아가는 것이 배구 산업이 스포츠 산업으로 발전하는 방향입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승리를 해야 기쁨이 배가 되긴 합니다. 이긴다는 희망을 전제로 최선을 다해 기본을 지켜나가야 되는 것입니다."
-끝으로 배구 팬들의 행복지수를 더 높이기 위해 연맹 측은 어떤 정책을 펴나갈 계획입니까.
"팬 친화적인 마케팅을 위해 구단별로 벤치마킹하고 다른 종목도 벤치마킹하게끔 연맹이 그렇게 지도해나갈 방침입니다. 미래를 대비하는 유소년 배구 교실을 5년째 하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이 관심을 갖게 되면 그 가족과 친구도 팬이 됩니다. 배구 비전에 포함된 설매화 마케팅에도 집중하겠습니다. 제도 개선을 꾸준히 하고 2군 리그를 운영한다든가 심판이나 운영 위원의 역량 강화 등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춘천=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文측 '이름 공개해라' 반발... '세월호는 문재인 위한 것' 보도 정정 요청
SBS 해명에도 파문, 안철수 “양심이 있으면 사퇴하라”
'볼륨' 조윤희, 이동건 암시? '새벽녘에만 보이는 나만의 샛별'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