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의적으로 미루다 文 눈치 보고 인양 시작” 보도
文 측 “근거 없어” 반발 VS 다른 후보들은 대대적 공세
SBS 사과에도 논란 지속… 文 측, 공세 편 정치인 고발 검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세월호 인양을 두고 해양수산부와 거래를 했다는 내용의 SBS 보도와 관련해 대선 후보 간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2일 방송된 SBS 보도의 요지는 해수부가 세월호 인양을 고의적으로 미뤄오다 차기 정부 눈치를 보고 인양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솔직히 말해 이거(세월호 인양)는 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다. 문 후보가 약속한 해수부 2차관을 만들어주고 해양경비본부도 해수부에 집어넣고”라는 익명의 해수부 공무원 발언을 인용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SBS는 3일 새벽 “보도 내용에서 충실히 의도를 담지 못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고 밝히고 해당 기사를 삭제했으나, 다른 후보들이 대대적인 공세를 시작해 선거 막판 이슈로 부상했다.
문 후보 선거대책위 송영길 총괄본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무원의 일방적인 말을 갖고 민감한 시기에 근거 없는 보도를 한 SBS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강력 항의했다. 이어 SBS 본사를 방문해 보도에 나온 해수부 공무원이 누구인지 밝힐 것을 요구했다. 캠프 차원에서도 즉각 논평을 내고 “문 후보와 민주당 선대위는 해수부 2차관 신설을 약속한 바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해당 보도를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하지만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후보가 탄핵 직후 팽목항을 찾아가서 ‘얘들아 고맙다’고 말한 뜻을 국민이 이제야 알았다고 본다”며 의혹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이어 “압력을 받고 기사를 바로 내려버린 SBS도 정상 언론이 아니다. 집권하면 철저히 조사해서 응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문 후보 측에서 고발을 운운하고 결국 기사가 삭제됐다”며 “벌써 진실을 감추고 반대자에 대한 보복과 언론 통제로 맞서려 한다면 나중에 어떨지 끔찍하다”고 비판했다. 김유정 선대위 대변인도 문 후보 부산선대위 상임공동위원장인 오거돈 전 해수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차기 정부의 해양수산기후부 신설과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정책토론회’에 참석해 “수산관련 차관을 신설하는 문제도 진행 단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동영상을 공개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자 김성준 보도본부장은 공식 사과문을 내며 “해수부가 탄핵 이전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었으나 정권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태도를 바꿨다는 의혹에 대해 방송할 계획이었는데, 게이트키핑이 미흡해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인식될 수 있는 뉴스가 방송됐다”며 “(기사 삭제 조치는) 외부의 어떤 간섭이 없이 제 책임 아래 진행됐다”고 거듭 해명했다. 문 후보 선대위는 SBS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만큼 해당 보도를 바탕으로 공세를 편 각 당 관계자들을 거론하며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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