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영화 '아가씨'로 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이 뼈있는 소감을 밝혔다.
박 감독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트로피를 손에 들고 "다른 작품도 아닌 '아가씨'로 상을 받는 자리이니만큼 이런 얘기 한 마디쯤은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성별, 성 정체성, 성적 지향, 이런 것으로 차별 받는 사람이 없는 사회를 꿈꾼다.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대선)투표할 때 여러 가지 기준 중에 그것도 한 번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고 소신 있게 말했다.
영화 '아가씨'는 후견인 이모부(조진웅)의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가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사기꾼 백작(하정우)의 제안을 받고 하녀로 들어간 숙희(김태리)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동성애 코드'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국출신 작가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가 원작이다.
이날 시상식에는 김민희를 제외한 하정우 조진웅 김태리 등 '아가씨'의 주역들이 참석했다. 이에 박 감독은 "우리 배우들이 상을 못 받아서 이렇게 빈손으로 가나, 그래서 들러리 세우려고 맨 뒤에 배치했나 했다"며 "조진웅 하정우 김태리씨, 같이 받는 상이니 트로피 빌려줄 테니 몇 달씩 돌아가면서 갖고 있자"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 감독은 최근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 지지 선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심상정 공식 유튜브'를 통해 "촛불집회 때 광장에 나가면 지금도 설레고 즐겁고 행복하다"며 "모두가 한 목소리를 냈던 기억, 그 시대정신을 구현시킬 사람은 심상정 후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또 "진보정당, 또 심상정이라는 사람이 구현하는 가치에 공감한다면 당연히 표, 의지를 행사해야 한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심 후보를 후원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이날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는 tvN드라마 ‘도깨비’의 김은숙 작가가 TV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이외에 영화부문에서 ‘곡성’이 작품상을, ‘밀정’의 김지운 감독이 감독상, ‘부산행’ 연상호 감독이 신인 감독상, 송강호(‘밀정’)와 손예진(‘덕혜옹주’)가 최우수연기상을 각각 수상했다. TV부문에서 드라마ㆍ교양ㆍ예능 작품상은 tvN ‘디어 마이 프렌즈’와 JTBC ‘썰전’, SBS ‘미운 우리 새끼’에게 각각 돌아갔다. 최우수연기상은 공유(‘도깨비’)와 서현진(‘또! 오해영’)이 받았고, 공로상에는 고 김영애가 수상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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