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3일 일본헌법 시행 70주년을 맞아 구체적인 개헌 스케줄을 띄우며 강조한 지점은 ‘자위대 합헌화’다. 2020년 개정헌법 시행을 목표로 올해부터 구체적인 개헌 필요 항목을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헌법개정 목적이 자위대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전범국가의 멍에를 벗어나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복귀하겠다는 일본 우익진영의 숙원과 맞닿아있다.
형식 논리로선 일본의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하는 내용의 현행 헌법(평화헌법)에도 불구하고, 자위대는 사실상 군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모순을 해결한다는 이유다. 헌법학자 상당수가 자위대 존재가 일본 헌법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는 있다. 이 논리는 중국의 군사적 확장과 북한 핵문제에 따른 안보환경 변화와 맞물리면서 아베 정권의 개헌추진 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요미우리(讀賣)신문 인터뷰 등에서 “자위대가 임무를 수행하는 자세에 대해 국민 신뢰가 높지만, 많은 헌법학자는 위헌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북한 정세가 긴박해 안보환경이 엄중해지는 가운데 ‘위헌일지도 모르겠지만, 무슨 일 있으면 생명은 구해 달라’는 식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평화진영에선 “현행 헌법은 전쟁반대의 세계적 상징적 존재”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민진ㆍ공산ㆍ자유ㆍ사민 등 야4당은 호헌집회에 참석해 아베 총리의 언급을 강력 비판했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가 헌법 9조와 관련한 언급을 자제하면서 대학교육까지 무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무상화’로 젊은 층을 유인하고, 재해발생 시 국회의원 임기연장 같은 조항으로 개헌을 추진해 정치권의 반대를 돌파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란 분석이다. 논란이 덜한 부분부터 논의를 시작해 추후 핵심인 평화헌법 조항(9조)을 바꾸는 ‘2단계 전략’이다.
개헌 성패는 결국 일본 여론에 달려 있다. 최종관문인 국민투표가 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지난달 22~23일 조사,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개헌 찬성론이 48%로 반대(3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왔다. 지난해 4월 조사에서 찬반이 42%씩 팽팽히 맞선 것과 달라진 기류다. 국민투표 시기는 2019년 여름 참의원선거 때나 내년 가을쯤 중의원선거와 동시 실시, 2019년 10월 소비세 인상 뒤 2020년 국민투표만 별도 실시 등이 거론된다. 그 전에 합의된 개헌안이 발의돼야 함으로 당장 7월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드러날 아베 정권에 대한 민심이 관건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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