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 동물들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동물원 사람들일 것이다. 가끔 TV 동물 프로그램에 동물원 사람들이 나오는데 방송에 비춰지는 것보다 더 순수하고 동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사람들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동물들은 그들에게 식구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동료들이자 생계의 원천이니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동물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1순위인 동물을 위해선 그만큼 해주고 싶은 게 많다. 동물원 사육사들로부터 동물원 내 동물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 지 물어 보았다.
“난 앵무새 초롱이와 진짜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 나를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 통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한단 말이야. 큰 물새 장에는 냇물을 끌어들여 고이지 않은 자연수를 흐르게 하고 싶어. 물새장 높이를 지금보다 10배쯤은 높게 만들어 물새들이 마음껏 날면서 번식활동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습지 같은 곳을 만들어 주는 게 목표야.” (물새장과 조류사를 돌보는 10년 경력 50대 사육사 A씨)
“파충류를 위한 인공사막과 밀림을 유리 온실 안에 만들면 좋을 것 같아. 열대나 사막동물이 많으니 키우기에 딱 적당할 거야. 관람객들도 색다른 기후를 느끼는 재미도 있고 자연 환경도 경험할 수 있으니 동물도 사람도 일석이조 아니겠어. 여건이 된다면 곁에 관람객들이 즐길 수 있는 모래 미끄럼장이나 사막 사파리도 꾸미면 더욱 좋지 않을까?” (파충류사를 담당하는 20년 경력 50대 사육사 B씨)
“우리 동물원에는 사파리가 없는 게 늘 아쉬워. 만일 사파리가 가능하다면 다른 동물원처럼 좁게 만들지 않고 사바나처럼 넓게 만들어 하늘다리나 유리터널을 통해 관람케 하는 거야. 그리고 맹수들 곁에는 투명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초식동물 사파리도 함께 만드는 거야. 서로 긴장관계를 조성해주면 동물들도 오히려 더 건강해 지지 않을까.” (사자사를 담당하는 10년 경력의 40대 사육사 C씨)
“해양동물사에 바닷물이 없는 게 늘 아쉬워. 여건만 허락한다면 큰 수족관을 만들어 바닷물도 넣어주고 싶어. 물범이나, 물개, 펭귄이 미끄럼 타듯 신나게 물튜브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들이 물속에 뛰어들어 먹이를 낚아채며 자연스럽게 사는 모습을 보면 정말 멋질 것 같아.” (해양동물사를 담당하는 10년 경력의 40대 사육사 D씨)
“선배님들 말씀 들으니 저도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우선 원숭이 인공 섬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그곳에서 원숭이들이 종류별로 각 섬에서 무리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사람들은 배를 타고 구경하는 거에요. 그 섬에는 화초와 유실수 같은 나무도 많이 심고 ‘앙코르 와트’ 같은 미니어처를 만들어 원숭이들이 그곳에 살게 하는 거죠. 동물구경도 하고 세계문화유산도 함께 경험하는 거지요. 저는 ‘인디아나 존스’ 같은 복장을 하고 밥을 주러 들어 가구요. 정말 환상적이지 않아요?” (원숭이사를 담당하는 5년 경력의 30대 사육사 E씨)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동물원을 찾는 이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문객이 증가하는 시기에는 동물들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방문객들이 관람 예절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사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위험하다고 높게 펜스를 쳐놓아도 무등까지 태워서 먹이를 주다가 물리는 경우도 봤다. “동물들이 왜 자?”라는 아이의 물음에 “그냥 졸리니까 그런 거야 거기서 봐, 사진이나 찍자”라는 부모들을 보면 어른들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은 유치원 때부터 교육을 잘 받아 어른보다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아이들이 관람예절을 지키지 않는 어른을 보고 “엄마 저 아저씨 저러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고 먼저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동물원 사람들에겐 아이들을 따라온 어른들이 훨씬 짓궂고 힘들다.
최종욱 수의사(광주우치동물원 진료팀장, ‘아파트에서 기린을 만난다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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