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파티 함께 즐기다가
한밤 실종에 수색 소동까지
“사람이 사라졌어요!”
지난달 26일 밤, ‘여행자 파티’로 흥이 무르익던 제주시 애월읍의 한 게스트하우스가 투숙객 실종 소식에 일순간 발칵 뒤집어졌다. 낯선 이들과 신나게 술잔을 기울이다 만취한 대학원생 이모(26)씨가 동석자와 말다툼을 벌이곤 갑자기 모습을 감춘 뒤 연락마저 두절된 탓이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신속히 제주서부경찰서에 실종신고를 했고, 투숙객 10여명은 숙소 주변 곳곳에 흩어져 이씨를 찾아 헤맸다. 게스트하우스가 바다 및 해안도로와 인접해있어, 인명피해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제주 해안의 한밤 수색작전(?)은 새벽 1시쯤 이씨가 게스트하우스 꼭대기 층(4층) 창고에서 발견되면서 일단락됐다. 생면부지 이씨를 찾아 헤매다 잠 못 이룬 밤을 겪은 투숙객 권모(35)씨는 2일 “큰 사고가 없어 다행이지만, 여유를 찾고자 제주에 온 이들이 취객 한 명 때문에 여행을 망친 것 같다”고 씁쓸해했다.
여행 정보를 공유하거나, 새로운 인연을 쌓고자 하는 여행자들에게 인기 높은 게스트하우스가 일부 만취자의 도 넘은 언행과 부적절한 술버릇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저녁식사를 겸해 마련되는 여행자 파티에서 과음하는 경우가 많고, 다른 사람의 쉼까지 방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공원이 있는 서울 도심에서도 벌어진다. 오죽하면 서울시의회가 최근 술에 취해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면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건전한음주문화조성에관한조례안’을 통과시켰을 정도다.
여행지 만취는 타인의 휴식뿐 아니라 자신의 삶도 망칠 수 있다. 특히 바다 등 물가에서 취기로 입수했다가 사망한 사고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2년(2015~2016년) 사이 집계된 물놀이 사망사고 71건 중 원인이 음주인 경우는 15건으로 수영미숙(20건) 다음으로 많았다. 김귀옥 한성대 사회학과 교수는 “규율을 지키고 성과에 시달리는 일상에서 탈피하기 위해 떠나는 게 여행이지만, 그 곳에서도 기본적인 사회규범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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