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ㆍ영상을 즐기려는 욕구가 높아지면서 양질의 콘텐츠를 선별해 주는 ‘큐레이션’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대부분의 추천 기술은 과거 사용 이력만을 기반으로 해 비슷한 콘텐츠를 끌어 모으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까지 당신이 가장 많이 본 콘텐츠’에서 ‘지금 이 순간 당신에게 가장 필요한 콘텐츠’로 추천의 기준이 바뀔 수 있을까.
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이용자의 상황과 기분까지 맞춰주는 ‘감성 큐레이션’이 주목 받고 있다. 이용 패턴만 고려하는 기존 큐레이션 방식이 오히려 취향의 획일화, 다양성의 저해로 인한 피로감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큐레이션을 비교적 빠르게 도입한 음악 서비스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인 멜론은 최근 ‘셀프 커스터마이징’이란 개념을 도입했다. 빅데이터 기반 추천 과정에 이용자도 일정 부분 개입하도록 하는 전략이다. 멜론의 ‘나는 지금’ 메뉴에서 ‘길을 걸으면서 가슴을 울리는 발라드를 듣고 싶어’라고 입력하면 기존 취향에 맞는 곡 중 상황에 적합한 곡을 선곡해 준다. ‘즐거움’, ‘나들이’ 등 감성 키워드도 입력할 수 있고 선호 장르 및 아티스트 등의 반영 정도도 세부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이용자의 프로필을 최대 5개까지 늘렸다. 프로필 이름을 ‘스트레스 받은 날’, ‘술 한잔 한 날’ 등으로 설정해 두고 그날 기분에 맞는 프로필을 선택하면 넷플릭스가 적합한 영상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기분이 말랑말랑한 날’처럼 추상적으로 설정해도 넷플릭스가 달콤한 드라마를 추천한다”고 설명했다.
추천 과정에 직접 전문가가 개입하기도 한다. 출판사 창비가 출시한 스마트폰용 시(詩) 전문 소프트웨어(앱) ‘시요일’은 시인 13명, 국어교사 63명이 다양한 시 작품을 분류한 결과를 날씨, 감정, 주제, 시간 등에 맞게 제공하고 있다.
멜론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 기술만으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이용자들이 시간ㆍ장소ㆍ상황(TPO) 정보를 추가로 입력하도록 해 보다 유연하고 정교한 큐레이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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