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4학년 유동우씨
인천서 여행 사진전 열어
“오랜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나이 많은 대학 4학년’이라는 걱정스러운 시선이 많았어요. 하지만 사람들을 만났고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을 얻었기 때문에 예전처럼 조급한 마음은 없습니다.”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유동우(28)씨는 최근 5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필리핀을 시작으로 중국과 이란, 아르메니아, 케냐, 탄자니아, 말라위, 모잠비크 등을 거쳐 쿠바까지 42개국을 돌며 사람들을 만났다. 군대에 들어가기 전 들었던 교양 수업이 계기였다. 그는 “입대 전 ‘문화 지리와 여행’이라는 수업을 듣고 또 태국 배낭 여행을 다녀오면서 우물 안에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군 복무 중 세계 지도를 펴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 제대 후에는 여행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했다. 장학금과 용돈을 더해 1,500만원을 꼬박 2년 반이 걸렸다. 유씨는 비용이 많이 드는 유럽은 여행지에서 제외했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주된 여행지로 삼았다. “어느 나라든 낯선 이방인을 반갑게 맞아줬지만 다시 갈 곳을 선택하라면 주저 않고 파키스탄을 꼽겠다. 위험할 것이라는 걱정과 달리 주민들은 친절하고 따뜻했다.”
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만난 소말리아 난민 형제의 집에 며칠을 머물기도 했다. 10여명이 넘는 대가족이었지만 손님이 왔다면서 방 하나를 통째로 내줬다. 자신들은 집 밖에 간이침대를 놓고 밤을 보냈다. 술이며 음식이며 멀리서 친척이라도 찾아온 듯 대해줬다고 유씨는 말했다. 콜롬비아에선 집을 빌려 간이침대 5개를 놓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숙박비는 받지 않았다. 대신 세계를 오고 가는 여행자들과 정보를 나눴다.
유씨는 여행 중에 만난 사람과 자연을 카메라에 담았다. 한국인 선교사가 운영하는 케냐의 탁아소에서 만난 마사이족 꼬마 등이다. 유씨는 사진 중에 40여 점을 골라 6~9일 인천 중구 한중문화관 별관 1층에서 열리는 ‘지구 반대편 사진전’에서 소개한다.
그는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갈지 정한 것은 없지만 여행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며 “출퇴근을 하는 일도 하고 게스트하우스도 차려 운영하면서 전세계의 여행자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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