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삼성과 안양 KGC인삼공사의 2016~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6차전. 경기 종료 5.7초를 남기고 86-86으로 맞선 가운데 KGC인삼공사가 마지막 공격권을 얻었다. 남은 시간상 연장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아 보였지만 공을 잡은 이정현은 과감하게 삼성의 골밑을 파고들어 레이업슛을 올렸고, 공은 그대로 림을 통과했다. 남은 시간은 2초였다.
KGC인삼공사가 숨막히는 접전 끝에 삼성을 88-86으로 꺾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4승2패로 시리즈를 마무리한 KGC인삼공사는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창단 첫 통합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정규리그 2위로 진출해 정상에 올랐던 2011~12시즌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21점에 7리바운드를 기록한 KGC인삼공사의 오세근은 기자단 투표에서 총 87표 중 77표를 얻어 챔프전 MVP에 등극, 이번 시즌 올스타전, 정규리그에 이어 3개 MVP를 독식하며 2007~08시즌 김주성(원주 동부)에 이어 두 번째로 한 시즌 MVP 3관왕을 달성했다. 챔프전 MVP는 2011~12시즌 우승 때 이어 개인 두 번째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선수-코치-감독으로 모두 우승컵을 들어 올린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 김 감독은 원주 TG 선수였던 2002~03시즌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했고 원주 동부 코치였던 2007~08시즌에도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올랐다.
벼랑 끝에 몰린 삼성과 7차전까지 가면 심적으로 불리하다는 KGC인삼공사 선수들의 의지가 정면 충돌한 명승부였다. KGC인삼공사는 83-85로 뒤진 경기 종료 30초 전에 양희종이 공격 제한 시간에 쫓겨 던진 3점슛이 그물을 갈라 86-85,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삼성은 문태영의 자유투 1개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정현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내 줬다.
양희종은 이날 3점슛 9개를 던져 8개를 적중하는 절정의 슛감을 자랑하며 24득점을 올렸는데 3점슛 8개는 챔피언결정전 사상 한 경기 개인 최다 3점슛 타이기록이다.
창단 20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통합우승을 차지한 KGC인삼공사의 비결은 오세근, 이정현, 양희종이 버틴 국가대표 토종 라인업과 키퍼 사익스, 데이비드 사이먼 등 외국인 선수들이 합심한 결과다. 공격만큼 강한 수비도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KGC는 올 시즌 평균 84.2점을 올리며 팀 득점 1위에 올랐고, 실점도 78.9점으로 4위다. 스타플레이어들이 모였지만 공격에만 치중하지 않고 궂은 일에 앞장섰다는 뜻이다.
이정현과 오세근의 ‘투톱’을 조금 더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정현은 정규리그 52경기에 나와 평균 15.4점을 넣고 5.1어시스트, 3리바운드의 성적을 냈다. 스틸도 1.8개로 7위에 올랐고 어시스트 순위도 8위로 상위권이다. 오세근은 14.1점에 8.4리바운드, 3.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골밑을 든든히 지켰다. 이정현은 국내 선수 중 득점 1위, 오세근은 국내 선수 리바운드 1위를 차지하며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도중 감독 대행에서 정식 감독으로 승격한 김 감독 역시 뚝심 있는 지도력으로 팀을 정상으로 이끄는 데 한 몫 했다.
반면 2005~06시즌 이후 11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 삼성은 준우승으로 마무리했지만 6강 플레이오프와 4강 플레이오프를 연거푸 5차전 혈투까지 치른 데 이어 챔프전에서도 대등한 경기를 벌여 홈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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