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는 자동차의 ‘엔진’, 사람으로 치면 ‘심장’에 비유된다. 엔진이 동력을 공급해야 바퀴가 구르고 심장이 온 몸에 피를 뿜어줘야 생명이 유지된다.
올 시즌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에서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 현대(5승2무1패ㆍ승점 17)와 제주 유나이티드(4승2무2패ㆍ승점 14)가 3일 전주종합운동장에서 격돌한다. 두 팀은 수준급 공격형 미드필더를 보유하고 있다.
전북의 ‘엔진’은 김보경(28)이다.
김보경의 날카로운 패스 덕에 김신욱(29), 이동국(38), 에두(36) 등 화려한 스트라이커들의 능력이 배가된다. 이들의 공격이 여의치 않으면 김보경은 상대 진영을 돌파해 들어가 장기인 왼발 슛으로 직접 해결한다. 그는 올해 전북이 치른 8경기 모두 풀 타임 뛰었고, 1골 2도움을 기록 중이다. 슈팅 10개 중 5개가 유효슈팅일 정도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김보경은 한때 ‘포스트 박지성’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전도 유망한 선수였다. 유럽 리그에 진출한 뒤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해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지만 작년 1월 전북에 입단하며 부활했다. 지난 시즌 전북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고, 올해도 변함 없이 농익은 기량을 뽐내고 있다.
제주의 ‘심장’ 이창민(23)은 떠오르는 대세다.
리우올림픽대표 출신인 그는 지난 시즌 제주 유니폼을 입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권순형(31)과 이근호(32ㆍ강원FC), 송진형(30ㆍ알 샤르자) 등 쟁쟁한 선배들에 밀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송진형이 작년 10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리그로 이적한 뒤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렸고 ‘주머니 속의 송곳이 솟아오르듯’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올 시즌 7경기에서 1골 1도움을 올렸다. 동료들은 이창민을 ‘축구 돌아이’라고 부른다. 너무 독하게 개인 훈련에 매달려 ‘축구 밖에 모른다’ ‘축구에 미쳤다’는 의미다.
전북과 제주는 최근 몇 년 동안 ‘장군’ ‘멍군’을 주고 받았다. 전북은 2014년과 2015년에 클래식 2연패를 차지했는데 공교롭게 제주 원정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2년 연속 안방에서 전북의 우승 잔치를 열어줘 자존심이 크게 상한 제주는 작년에 설욕에 성공했다. 작년 10월 홈 경기에서 전북을 3-2로 제압하며 전북의 33경기 무패 행진(18승15무)을 막았다. 심판 매수 사건으로 승점 9를 감점 당하는 등 어수선했던 전북은 제주전 패배로 상승 흐름이 꺾였고 결국 FC서울과 리그 최종전에서 0-1로 패하며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윤태석 기자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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