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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에 생사 갈린 형제… “동생은 왜 안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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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에 생사 갈린 형제… “동생은 왜 안 보이죠”

입력
2017.05.0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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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경상, 동생은 끝내 숨져

가족들 “차마 아우 얘기 못해”

“아들 울산에 있는 줄 알았는데”

이직 몰랐던 아버지도 날벼락

신호수-운전수 신호 착오 추정

노동청, 사업장 작업중단 명령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박성우(45)씨의 큰형 철우(49)씨가 2일 오후 경남 거제 거붕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거제=전혜원 기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박성우(45)씨의 큰형 철우(49)씨가 2일 오후 경남 거제 거붕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거제=전혜원 기자

“병원에 같이 온 동생이 안 보여요. 좀 찾아주세요.”

2일 오전 경남 거제 상동동 백병원. 전날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크레인 사고로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된 박철우(47)씨가 동생 성우(45)씨를 애타게 찾고 있었다.

다리까지 절며 동생을 찾겠다고 병실을 나서는 박씨를 보며 가족들은 숨죽여 눈물만 훔쳤다. 1일 크레인 사고 당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후송된 동생은 사고 발생 3시간 만에 숨을 거뒀으나 박씨가 충격을 받을 것을 우려해 가족들이 차마 이야기를 못한 까닭이다.

박씨 형제가 일하던 곳은 삼성중공업 7안벽이었다. 사고는 해양플랜트 위에 설치된 휴게실을 크레인이 덮치면서 발생했다. 당시 형인 박씨는 휴게실 밖에, 동생 성우씨는 휴게실 안에서 동료들과 도면을 보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크레인의 궤적이 이상하다”고 느끼는 찰나 타워크레인이 크게 휘어지며 박씨를 지나 휴게실을 덮친 것이다. 박씨는 몸을 비키며 부딪혀 경상을 입었지만 휴게실에 있던 성우씨는 중상을 입었다. 박씨는 현장에서 119에 다급히 신고를 하고 동생을 지혈하는 등 응급처치에 나섰으나 그게 마지막이었다.

같은 날 사고로 숨진 복창규(45)씨는 조선업계 불황에 일감이 줄어든 탓에 울산에서 최근 거제의 협력업체로 이직해 작업현장에 투입됐다 변을 당했다.

복씨의 아버지(68)는 “아들이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일하는 줄로 알고 거제 사고 소식을 뉴스로 접했을 때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어젯밤 며느리가 울면서 전화를 하길래 ‘그럴 리 없으니 다시 확인해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는 “경찰이 신속히 수사해서 책임을 가리고 처벌을 해야 떠난 사람과 가족들도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씨의 형(48)은 “사고에 대해 직장동료들도 잘 모를 만큼 삼성중공업측이 외부에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고 현장을 통제하는 데만 급급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가족들과 사측의 사후절차에 대한 논의가 지연되며 2일 오후까지 사망자 6명에 대한 빈소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이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원유생산시설 ‘마틴링게 플랫폼’ 건조 작업이 이뤄지는 곳이다. 다음달 발주처인 프랑스 토탈사에 납기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던 터라 근로자의 날임에도 많은 작업자들이 현장에 투입됐다. 박씨 형제를 포함해 협력업체 직원 1만3,000명(전체 1만5,000명) 가량이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직영은 5,000명 중 1,000명 가량이 일해 협력업체 직원의 비율이 평소보다 높았다. 조선소 관계자는 “휴일에다 막바지 건조작업 탓에 협력업체 직원들이 많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골리앗크레인(800톤급)과 타워크레인(32톤급)의 신호수, 운전수 간 신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경찰은 신호수가 크레인의 사각지대를 확인해 운전수에게 전달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 있던 인부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이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현장 감식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날 재해 발생으로 인해 부산고용노동청 통영지청으로부터 전면 작업중지 명령서를 받고 거제조선소 전 사업장의 생산을 중단했다.

거제=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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