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 이하 아동이 예금주
가구당 평균 금융자산의 2.5배
입출금 자유로운 예금에 집중
불법 증여 가능성 커
예금주가 12세 이하 어린이이면서 통장 잔고가 1억원도 넘는 계좌가 6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금수저’ 어린이가 보유하고 있는 예금 잔액은 1,500억원에 육박했다.
2일 금융감독원이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0~12세 어린이가 보유한 은행 계좌는 총 426만2,797개였고, 이들 계좌의 잔액은 총 4조9,989억여원이었다. 0~7세 미만 어린이가 보유한 계좌가 171만6,060건(잔액 2조2,034억여원)이었고, 7~13세 미만 어린이가 보유한 계좌가 254만6,737건(잔액 2조7,955억여원)이었다. 12세 이하 어린이 계좌의 평균 잔액은 117만원이었다. 설이나 추석 명절,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생일 등에 부모와 친인척 등으로 받은 용돈을 통장에 차곡차곡 모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잔액이 1억원이 넘는 어린이 계좌도 적지 않았다. 12세 이하 어린이가 보유한 계좌 중 잔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계좌는 607개였다. 이들 거액 계좌의 전체 잔액도 1,459억3,300만원에 달했다. 6학년 이하 금수저 어린이들이 평균 2억4,000여만원을 은행에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일반 가구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2016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3월말 기준 일반 가구의 금융자산은 9,400만원이었다. 일반 가구가 평균 6,655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금수저 어린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더욱 두드러진다.
잔액이 1억원 이상인 어린이 계좌는 '금수저'들의 불법 증여 수단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 고액 어린이 계좌 중 상당수가 ‘입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차명계좌일 확률도 제기된다. 민 의원은 “잔액 1억원 이상의 어린이 계좌는 통상의 용돈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부의 대물림을 위한 편법 증여 의혹이 있는 만큼 세정당국이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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