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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원의 눈물] <중> 10년간 입주까지 성공한 조합은 34곳뿐

입력
2017.05.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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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한 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방문객들이 한 지역주택조합이 추진하고 있는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설립인가 받고도 80%는 좌초

시세보다 싼 가격경쟁력 부각에

작년 104곳 인가, 5년새 15배 ↑

대행ㆍ시공사 법적 책임 없어

사업 불확실성 높아 위험 부담

“아파트를 시세보다 20% 싸게 사겠다고 20%밖에 안 되는 성공 확률의 도박에 전 재산을 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1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최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섣불리 투자해선 안 된다는 게 그의 결론이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5~2015년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 155곳 가운데 최종 입주에 성공한 곳은 단 34곳(21.9%)에 불과했다. 지역주택조합 5곳 중 4곳은 사업이 사실상 실패한 셈이다.

그럼에도 지역주택조합은 갈수록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은 104곳(6만9,150가구)에 달했다. 이는 2010년(7곳ㆍ3,697가구)의 15배다. 아파트 시세가 크게 오르면서 지역주택조합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 전성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사업 불확실성이 크고 그에 따른 위험을 고스란히 조합원이 떠안는 구조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 주체인 조합원 외에 업무대행사와 시공사, 신탁사 등이 참여한다. 대행사의 경우 조합으로부터 대행수수료를 받고 사업추진을 위한 행정적 절차 등을 돕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최근 난립하는 지역주택조합의 경우 사업을 이끄는 진짜 주인은 조합원이 아닌 대행사인 경우가 적잖다. 이들이 일부 토지주를 앞세워 조합설립 추진위를 꾸린 후 업무 대행비를 받고 조합원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대행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현행 제도 아래서는 그저 대행사일 뿐이어서 사기나 자금 횡령 등과 같은 명확한 불법이 없는 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러한 맹점을 악용해 일부 대행사는 허위ㆍ과장 광고로 조합원을 모집한다.

더 큰 문제는 현행 주택법 상 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기 전이라도 별다른 절차 없이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이에 따라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곳에 사업을 하겠다며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사업을 추진할 땅도 확보하지 않은 채 조합원을 모집하는 사례도 없잖다. 주택조합을 두고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거나 ‘누워서 돈 먹기’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지난 2015년 부산 해운대 재송동에서는 같은 부지에 2개 조합이 서로 아파트를 짓겠다고 나서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결국 사업이 무산되며 양측 조합원 1,000여명은 투자금을 날렸고 추진위원장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참한 말로를 피하지 못했다.

시공사 선정 역시 문제다. 주로 브랜드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들이 시공사로 참여하게 되는데, 공사계약 체결 전인 ‘시공 예정사’ 단계에선 아무런 책임도 부여되지 않는다. 많은 조합원들은 아파트 브랜드를 보고 조합 가입을 결정하지만 시공 예정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시공 예정사는 사업 실패의 직접적 손해나 책임을 지지 않는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땅이 없는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한 뒤 그 돈을 받아 땅을 사는 구조로 진행되다 보니 당연히 피해자가 속출할 수 밖에 없다”며 “토지매입의향서가 아니라 진짜 토지를 일정 수준 이상 매입해야만 조합원을 모집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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