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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잡는 과학] 스치기만 해도 남는 용의자 DNA… 10억분의 1g만 있어도 분석 가능

입력
2017.05.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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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등 현장의 DNA를

2010년부터 DB로 저장

지문보다 효과적일 때 많아

2012년 서울 광진구의 어느 가정집 절도 사건 현장. 범인은 현장 어디에도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침입을 위해 문을 부순 도구는 ‘빠루’라 불리는 노루발못뽑이. 현장에 출동했던 한 과학수사계 요원이 훼손된 자물쇠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보더니 멸균 면봉으로 옆 부분을 조심스레 긁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는, ‘면봉에서 범인의 DNA가 검출됐다’는 것이었다.

당시 광진경찰서 과학수사계 소속으로 현장에서 면봉을 꺼내 들었던 권준철(45) 경사는 “문이 망가진 정도를 봤을 때 빠루 힘으로 문이 튀어 나오듯 열렸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여름이라 반팔을 입고 있었을 범인의 팔뚝과 문이 닿았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접촉됐을 문 쪽 부분을 추정해 채취에 나섰던 것"이라고 말했다.

범죄 증거로 DNA감정 결과물은 독보적이다. ‘광진구 주부 성폭행’ 사건처럼 일란성쌍둥이라는 극히 드문 사례를 제외하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의 신원을 개별 DNA 분석으로 바로 식별하는 게 가능하다.

이에 따라 국과수는 1991년부터 DNA 분석 전담 부서를 마련하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 왔다. 2010년엔 ‘DNA 신원확인 정보 이용법’이 시행됐다. 성폭력 범죄 등 특정 범죄자 현장의 DNA를 데이터베이스(DB)로 저장해 활용이 가능해진 것이다.

DNA는 아데닌(adenineㆍA) 구아닌(guanineㆍG) 시토신(cytosineㆍC) 티민(thymineㆍT) 등의 염기로 이뤄진 뉴클레오티드(Nucleotide)가 이중나선형 구조를 이루고 있는 유기물을 말한다. 사람은 세포 하나에만 30억개상당의 뉴클레오티드가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는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A, G, C, T 염기가 특정 패턴을 이루며 반복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패턴은 일란성쌍둥이를 제외하고는 사람마다 모두 다른 조합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범죄자 신원정보 파악 등 개인 식별을 위해 사용된다. 현장에서 극소량의 인체 세포 정도만 확보가 돼도 DNA 식별이 가능한데, 국과수는 1ng(나노그램ㆍ10억분의 1g)의 DNA만 있어도 증폭 과정을 통해 분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일선 과학수사요원들은 “스치기만 해도 DNA는 남는다”고 말한다. 지문 감식보다 효과적일 때가 많다. 현장에서 자주 발견되는 ‘미끄러진 지문’이나 ‘부분 지문(쪽지문)’ 등은 융선 간 교차점 등 ‘특징점’이 분명히 남지 않아 지문 감식이 쉽지 않다. 반면 면봉 같은 장비를 이용해 확보한 세포 등이 분석 전에 파괴되지만 않는다면 대부분의 경우 DNA 추출이 가능하다.

담배 꽁초에 묻은 타액에서는 구강 상피세포를 통해서,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낀 장갑에서는 안쪽 면에 묻은 피부상피세포를 통해서 DNA감식을 진행한다. 도주 중에 벗겨진 도둑의 셔츠를 작게 자른 후 원심분리기를 이용, 시료를 추출해 DNA를 분석해 낸 사례도 있다. 당신이 범죄 용의자라면, 경찰이 조사를 하면서 DNA 분석 결과를 내민다면, 범행을 부인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얘기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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