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충돌
경고 사이렌 등 작동 여부 조사
정규직 휴무일에 공기 맞추려
협력업체 1만5,000명 등 출근해
휴식시간 흡연실 덮쳐 피해 키워
근로자의날인 1일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타워크레인이 쓰러져 6명이 숨지고, 2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자의 명절에 쉬지도 못하고 작업에 나섰다 참변을 당한 이들은 협력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인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남소방본부와 삼성중공업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50분쯤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선박건조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800톤급 골리앗크레인과 32톤급 타워크레인이 충돌하면서 타워크레인 구조물이 아래로 꺾여 건조 중인 선박을 덮쳤다.
이 사고로 크레인 아래 플랫폼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28명이 크레인에 깔려 고모(45)씨 등 6명이 숨지고, 2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고씨를 포함 숨진 6명은 5개 삼성중공업 협력업체 소속 직원이었다. 야드 내 7안벽에서 발생한 이날 사고는 타워크레인의 수평으로 길게 뻗은 부분이 레일을 따라 앞뒤로 움직이던 골리앗크레인과 부딪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소 야드에서는 크레인끼리 작동을 할 때 바로 옆 크레인과 부딪치지 않도록 사이렌을 울리거나 신호수가 크레인 작동을 조절한다. 경찰은 크레인 기사나 신호수, 현장 근로자 등을 상대로 크레인 작동 신호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파악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한 직원은 “타워크레인이 해양플랜트 장비를 지상에서 선박으로 옮기는 작업 중이었는데, 작업 도중 타워크레인의 긴 팔이 인근에 있던 골리앗크레인에 부딪치면서 타워크레인의 팔이 꺾여 바닥에 떨어졌다”면서 “오후 3시쯤은 담배를 피우는 등 쉬는 시간인데, 하필이면 타워크레인 팔이 떨어지면서 흡연실을 덮치는 바람에 인명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부러져 넘어진 타워크레인과 곳곳에 뿌려진 혈흔이 사고 당시의 처참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현장 관계자들을 통해 공개된 사고 직후 사진을 보면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진 여러 명의 근로자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겼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작업자 시신을 수습하는 한편 부상자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중상자 3명은 거제 시내 백병원으로, 경상자 19명은 백병원과 대우병원, 맑은샘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시신은 거제 백병원(4명)과 대우병원(2명)에 각각 안치됐다.
사고가 발생한 해양 플랫폼은 삼성중공업이 2012년 12월 프랑스 업체로부터 5억 달러에 수주한 것으로 다음달 인도예정일을 맞추기 위해 협력업체 근로자 1만5,000여명이 휴일인 이날에도 출근,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반면 1일부터 7일까지 휴무를 실시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직원들은 필수 인력 일부만이 현장에 출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크레인 사고와 관련해 이날 오후 3시부터 종합상황실을 가동, 인명 구조와 부상자 후송 등 후속 조치를 진행했다”면서 “작업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거제=이동렬 dylee@hankookilbo.comㆍ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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