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평정한 한화 시절, 그리고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도 2년 연속 14승(2013~14년)을 올리며 ‘밥 먹듯’ 했던 승리가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다. ‘이제 류현진은 끝난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선도 있었고, 올 시즌 복귀해서도 4패만 떠 안으며 불안감은 더 커져갔다. 그래도 묵묵히 자신을 믿고 재기에 몸부림친 류현진(30ㆍLA 다저스)이 2년 8개월, 무려 973일 만에 활짝 웃었다. 그는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와 홈경기에서 승리투수가 된 뒤 “이 정도까지 오래 걸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승리 투수가)빨리 될 거로 생각했는데 중간에 다른 부상도 있었다. 어쨌든 돌아와서 다시 이길 수 있으니 굉장히 뜻 깊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류현진은 이날 5⅓이닝을 3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막는 복귀 후 최고의 피칭으로 팀의 5-3 승리에 앞장섰다. 올 시즌 다섯 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이자 2014년 9월 1일 샌디에이고전 선발승 이후 처음이다. 특히 이날 기록한 탈삼진 9개는 2014년 9월 7일 애리조나전 이후 967일 만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05로 끌어내렸다. 류현진은 한창 좋았던 2013~2014시즌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제구나 몸 상태도 괜찮고, 거의 (그때와) 다 비슷하게 가는 거라고 본다. 다만 구속은 조금씩 더 올려야 하고 그 외 부분은 비슷하다"고 전성기 기량 회복에 자신감을 보였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볼넷에 이어 중전안타로 시즌 2호이자 통산 21번째 안타를 기록하는 등 투ㆍ타에서 맹활약했다.
이날 류현진은 커브와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사용했다. 야구 분석 전문 사이트 브룩스베이스볼에 따르면 류현진이 이날 던진 공 93개 중 체인지업은 35개로 직구(32개)보다 많았다. 커브가 16개, 슬라이더가 10개였다. 경기 초반 필라델피아 타자들이 자신의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에 잘 대처하고 나온 듯한 모습을 보이자 커브와 슬라이더를 결정구로 사용한 것. 9개의 삼진 중에 4개를 커브로 잡은 류현진은 “올 시즌 처음부터 자신 있게 던진 게 커브볼이었는데 오늘도 다른 공보다도 커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1회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의 아쉬운 수비로 세사르 에르난데스에게 3루타를 내준 뒤 프레디 갈비스에게 중전안타를 얻어 맞아 선제점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이어진 무사 1ㆍ2루 위기를 넘긴 뒤 안정을 찾았다. 다저스 타선도 1회말 연속 3안타로 동점을 만들고 2회말 1사 후 크리스 테일러의 좌월 솔로포로 전세를 뒤집었다. 앤드루 톨스는 6회말 중월 3점포로 류현진을 도왔다. 다저스는 5-1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그랜트 데이턴이 2사 후 투런포를 맞아 5-3으로 쫓겼으나 마무리 켄리 얀선이 등판해 류현진의 승리를 지켰다.
현지 언론도 류현진의 귀환을 반겼다. LA 타임스는 “류현진은 1회 24개의 공으로 피해를 최소화했다"며 "이후 류현진은 89마일(약 143㎞)짜리 직구와 날카롭게 꺾이는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 던지며 5회까지 4이닝 동안은 56개의 공만으로 상대 타선을 잠재웠다"고 강조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지난해, 아니 지난 두 해가 그에게는 매우 힘든 시기였을 것이고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꾸준히 훈련했고 준비해왔다. 그래서 이제 모든 것이 좋아지는 시점이다"라고 류현진의 승리를 높이 샀다.
한편 추신수(35ㆍ텍사스)는 LA 에인절스와 홈경기에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3으로 뒤진 5회말 시즌 3호 솔로 중월 홈런을 쏘아 올렸다.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한 추신수의 시즌 타율은 2할7푼4리가 됐다. 하지만 텍사스는 2-5로 패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