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감축 페널티… 사활 걸려
정부,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
평가서 ‘자원공유’ 비중 높여
-학생들 “점수만을 위한 제도”
이동 시간과 비용 만만찮고
교육 투자 줄이는데 악용될 수도
지난달 27일 광운대 국민대 덕성여대 동덕여대 등 서울 노원ㆍ도봉ㆍ성북구에 있는 10개 대학의 총장들이 모여 ‘서울 동북지역 대학 간 교류 협약’을 맺었다. 온라인 공개강의 등을 통한 수업 공동 운영, 교육과정ㆍ교수학습 프로그램 공동 개발 등을 통해 대학 간 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학교 간 학점교류와 도서관 등 시설도 공유할 계획이다. 이 같은 대학 간 교류협약은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게 되는 지방 대학이나 군소 대학에서 주로 이뤄져 왔는데, 서울의 대학들까지 확대된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의 자원공유를 대학평가에 반영하면서 대학 간 ‘교류 협약’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효용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지적되고 있다.
대학 간 교류 협약은 가까운 지역에 있는 대학 3~10개가 모여 강의 공유, 도서관 기숙사 등 시설 공동 이용 등 인적ㆍ물적 자원공유를 약속하는 것이다. 정부가 대학의 자원공유를 중요한 대학 평가지표로 꺼내 들면서 올 초부터 대학가에 교류 붐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내년 전국 대학을 대상으로 한 ‘2주기(2018~2020년) 대학구조개혁’ 평가에서 자원공유를 하는 대학에는 가산점을 주거나 평가지표에 반영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평가 점수가 낮은 대학을 중심으로 3년간 정원 5만명을 감축할 예정이어서 대학들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또 올해 ‘국립대학혁신지원사업’(PoINT)과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ACE+)의 평가지표에 ‘대학 간 자원공유’ 항목을 신설했으며, 이 항목 배점이 평가 총점의 5%나 차지한다. 학령인구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인접 대학들의 소모적인 경쟁과 중복투자를 막고, 위기에 공동대응 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 대학생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많다. 다른 대학의 강의까지 들을 수 있어 수업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맞지만, 타 대학까지 이동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고 인기 강의는 본교 학생들도 수강신청 전쟁을 치러야 할 정도로 신청이 어렵다. 이미 2000년대 전후부터 학점 교류를 하는 대학들이 많았지만 실제 이용하는 학생은 극소수였다. ‘서울 동북지역 협약’에 참여한 국민대의 한 재학생은 “요즘 대학생들이 얼마나 바쁜데 강의 하나 듣자고 다른 대학까지 가겠냐”며 “학교도 학생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고 실정도 모르는 허울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 대학이 교육에 투자를 하지 않게 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학생들이 특정 강의 개설을 원해도 대학 측이 “협약을 맺은 A대학에 가서 들으면 된다”고 하면 학생들이 불편과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는 마치 대학에 자원이 남아도는 것처럼 얘기하지만, 교원과 교사(건물) 확보율이 법정기준에 못 미치는 곳도 많은 등 우리나라 대학은 교육의 질이 매우 낮다”며 “학생 수 감소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현장의 반론도 적지 않다. 경북의 한 대학 관계자는 “과거 입학생이 많을 때는 대학도 아쉬울 게 없었으니 보여주기 식으로 협약을 맺고 끝났지만, 지금은 대학들끼리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무척 강하다”며 “협력 대학 이용 학생들에게 교통편을 제공하는 등 실제로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