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유산균 제품 한 우물 파
‘듀오락’ 북유럽 인기… 매출 절반 수출서
-유산균 화장품 유럽 이어 국내 출시
여드름균 박멸 유산균 찾는 데 10년
-다음 목표는 유산균 대장암 치료제
70억원 투자 연말쯤 임상실험
유산균 건강보조식품으로 국내 시장은 물론, ‘유산균 종주국’인 덴마크 시장까지 장악한 정명준(사진) 쎌바이오텍 대표가 또 한 차례의 거침없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유산균 화장품으로 세계 시장을 접수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28일 서울 서초동 쎌바이오텍 사옥에서 만난 정명준(59) 대표는 “유산균 화장품이 먼저 출시된 덴마크 등 유럽에서 이미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시장이 빠르게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은 5월 중 ‘락토클리어’ 라는 이름의 유산균 화장품을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유럽 시장에는 이미 지난달 선보였다. 이 제품은 여성들이 피부미용을 위해 발효식품을 몸에 바르는 전통에 착안해 개발했다. 정 대표는 “불가리아 여성들은 결혼 전날 요구르트 목욕을 하고, 일본에서도 발효주인 청주로 목욕하는 전통이 있다”며 “발효 식품에 포함된 미생물이 피부에 좋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게 돼 유산균 화장품 개발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산균 화장품 개발 과정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먹는 유산균을 바르는 유산균으로 대체한다는 발상의 전환도 어려웠지만, 사람 피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특정 유산균을 찾아내는 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정 대표는 “여드름 원인균을 박멸하는 특정 유산균 숙주를 찾아내는 데 꼬박 10년이 걸렸다”며 “제품 연구하는 기간 동안 ‘유산균 회사가 왜 화장품을 만들려 하느냐’는 주위의 핀잔도 무수히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유산균 화장품 개발에 10년 간 매달린 것은 ‘좋은 균으로 나쁜 균을 다스린다’는 유산균의 기본 원리가 사람의 소화 기관에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우리 몸에 좋은 미생물이 많으면 건강이 좋아지고 반대로 나쁜 미생물이 많아지면 건강도 안 좋아지는 건데, 이 원리는 사람의 소화기관 뿐만 아니라 얼굴 등 피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면서 “나쁜 미생물질이 피부에서 번성하는 것을 막아줘 피부 건강을 회복시켜주는 게 유산균 화장품의 주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쎌바이오텍 창업주인 정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유산균 전문가다. 우리나라에 유산균 관련 시장이 채 형성되기도 전인 1989년 덴마크로 유학을 떠나 유산균 제품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
정 대표는 “당시 덴마크 등 유럽 사람들에겐 유산균 섭취가 보편화 돼 있었고 유산균 관련 글로벌 기업은 연 2조원대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며 “한국인에게 맞는 맞춤형 유산균을 개발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식품업체 등에 유산균을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으나, 이름없는 국내 중소기업의 유산균 제품을 믿고 사주는 곳은 많지 않았다.
정 대표는 “한국사람이 만든 유산균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불신이 존재 했었다”며 “생각했던 것만큼 국내 유산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지 않은 것도 사업 환경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회생의 기반을 마련 한 것은 공교롭게도 한국 경제를 뿌리째 흔들어 놓았던 외환위기 때였다.
정 대표는 “경제난 때문에 호주머니가 가벼워진 사람들이 품질은 외국산과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절반 이하였던 국산 유산균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며 “제품을 써본 사람들을 통해 품질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쎌바이오텍의 대표 제품인 ‘듀오락’은 한국은 물론, 덴마크, 핀란드 등에서도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수출 1년 만에 클리닉 시장 점유율 1위 업체로 올라서기도 했다. 전체 매출 중 절반 가량이 수출에서 나올 정도로 쎌바이오텍 제품에 대한 해외 신뢰도가 높아진 상태다.
유산균 건강식품에 이어 화장품을 개발한 정 대표의 다음 목표는 유산균 대장암 치료제 개발이다. 정 대표는 2015년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 뽑힌 이후 정부 지원금 36억원을 포함해 총 70억원을 대장암 치료제 개발에 투자했다.
그는 “유산균의 항암 효과도 상당부분 입증이 돼 이르면 올해 말쯤 임상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유산균으로 사람 몸을 이롭게 하는 제품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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