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이 막판 고심에 들어갔다. 정권교체를 위한 전략적 판단 때문에 표심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많이 기울었지만 바닥 민심에서는 여전히 반문(재인) 정서가 어른거렸다. 국민의당이 조직을 가동한 지역에서는 지역 발전을 위한 적임자를 두고도 문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사이에서 고민이 적잖아 보였다.
연휴 첫날인 29일 광주ㆍ익산ㆍ목포ㆍ순천으로 이어진 문 후보의 집중 유세 현장은 축제를 방불케 했다. 가는 곳마다 지지자들이 대거 몰리면서다. 익산역 앞 문 후보 유세현장을 찾은 황호열(58)씨는 “지난 주부터는 분위기가 문재인 후보 쪽으로 쏠리고 있다”면서 “지금은 (문 후보에 대한 지지가 안 후보의) 따블이여 따블!”이라며 문 후보의 승리를 확신했다. 순천에서 만난 문경환(50)씨는 “순천 시민들은 이정현 의원과 박근혜 정권에 대한 배신감과 상처가 컸기 때문에 어느 지역보다 촛불 열기가 뜨거웠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일단 대세 후보인 문 후보를 밀어주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방황하는 보수층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로 결집하면서 호남의 전략적 판단을 부추기는 모양새도 감지됐다. 충장로에서 만난 차지성(33)씨는 “처음에는 안 후보를 지지했지만 대구ㆍ경북(TK) 지역에서 보수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걸 보면서 ‘될 사람’을 더 확실하게 밀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선거가 다가오면서 문재인 대세론에 편승하는 기류가 생겼다”고 했다.
그러나 호남의 심장인 광주에서도 복잡한 속내가 없지 않았다. 이른바 ‘반문정서’였다. 충장로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정병윤(52)씨는 “젊은 층은 문재인 후보로 기울었지만 40ㆍ50대에서는 참여정부에서 홀대만 당했다는 반감이 바닥에 깔려있다”면서 “광주 시민이 만든 국민의당이 집권당이 되고 안철수 대통령을 배출하면 지역 발전을 최소 5년 이상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세가 강한 목포 역시 표심을 읽기가 쉽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문 후보의 유세장을 찾은 김종내(44)씨는 “유세장에 생각보다 젊은 층과 가족단위 시민들이 많이 몰렸고, 열렬한 호응에 또 한번 놀랐다”면서 “어르신들은 여전히 손가락으로 ‘오케이(기호 3번)’ 하시지만 젊은 층은 문 후보 쪽으로 많이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성희(23)씨는 “국민의당 지지층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처음엔 문재인 후보에 차가운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문재인 후보는 준비된 지도자 이미지이고, 안철수 후보는 속칭 ‘꾼’이 아닌 신선한 느낌이 있어서 대학생 사이에서도 박빙”이라고 했다.
‘샤이(shy) 안철수’ 표심은 보수층에서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었다. 특히 여성과 주부 사이에선 안 후보의 인기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광주에서 만난 주부 이명숙(49)씨는 “대놓고 선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후보 쪽이 많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엄마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안철수 후보 얘기가 훨씬 많이 나온다”면서 “안 후보가 TV토론에서 보인 미숙한 모습에 오히려 ‘때가 안묻었다’, ‘참신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광주ㆍ익산ㆍ목포=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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