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자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 폭이 큰 자동차와 철강, 전기전자 산업 위주로 통상압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보호무역주의 공약으로 미국 러스트벨트 지역 노동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만큼 자동차와 철강 등 제조업 보호 정책으로 보답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KOTRA는 30일 발표한 ‘트럼프 취임 100일과 미 통상ㆍ경제정책 평가 및 주요국 대응현황’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개정 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동차 수입관세(2.5%)를 부활시킬 경우 현대ㆍ기아자동차의 가격이 인상돼 미국 시장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 KOTRA 관계자는 “미국이 국경조정세를 도입할 확률은 낮으나 만약 도입되면 현대차의 미국 판매가격은 약 8% 인상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우리 자동차기업의 대미 판매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철강 분야는 트럼프 지지 지역인 미국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벨트의 주요 산업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철강업계를 대상으로 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조치는 한미 FTA 재협상 여부와 상관없이 점차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이 지난해 10월 실시한 열연강판과 냉연강판 등에 대한 수입규제조치로 우리나라의 대미 판재류 수출물량은 전년대비 44.2%나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국이 자동차 산업의 무역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에 대한 2차 피해도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미국의 철강 분야에 대한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 조치 등과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 규모가 크고 대부분의 경쟁사가 미국 기업인 세탁기, 냉장고 등 전자전기 분야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제재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KOTRA 관계자는 “삼성과 LG전자 등은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응책으로 가전제품의 미국 현지생산 체제를 검토 중”이라면서 “하지만 미국 인건비가 멕시코의 6배, 베트남의 10배에 달해 공장 설립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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