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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에 뻥뚫린 지하철 차량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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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피티에 뻥뚫린 지하철 차량기지

입력
2017.04.3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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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도둑 범행 호주인 구속

“최근 한국이 원정 대상 떠올라”

/호주인 R(22)씨가 1일 오전 3시쯤 서울 수서 차량기지에 세워진 전동차에 남긴 스프레이 낙서. 수서경찰서 제공
/호주인 R(22)씨가 1일 오전 3시쯤 서울 수서 차량기지에 세워진 전동차에 남긴 스프레이 낙서. 수서경찰서 제공

지하철 차량기지에 잠입해 전동차에 그라피티(grafitiㆍ스프레이 페인트로 그리는 그림이나 낙서)를 하고 도망간 외국인이 구속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호주인 R(22ㆍ트럭운전사)씨를 재물손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구속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R씨는 4월 1일 오전 3시쯤 강남구 서울메트로 수서 차량기지에 철조망을 끊고 무단 침입해 기지에 서 있던 전동차 오른쪽 측면에 흰색과 녹색, 파란색 등 여러 색깔 스프레이 페인트로 ‘TONGA!!!’라는 낙서를 남긴 혐의를 받고 있다. 녹색은 육지, 파란색은 바다로 보이며 ‘TONGA’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를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R씨는 경찰에서 “아무 의미 없는 그라피티”라고 진술했다.

3월 27일 여자친구와 함께 여행 차 한국에 입국한 R씨는 31일 렌터카와 스프레이를 준비한 뒤 다음날 새벽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차량기지 주변을 1시간 넘게 배회하면서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 않는 등 방범시설이 취약한 곳을 물색하기도 했다. 범행 다음날 일본으로 출국했지만 지난달 22일 호주로 돌아가는 비행기로 갈아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들렀다가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R씨는 경찰 조사에서 “홍대 근처에서 거리공연을 보다가 만난 동양인들이 수서 차량기지에서 그라피티를 해보라고 추천했다”며 “스릴을 느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한국에 아무런 연고가 없던 R씨가 즉흥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최근 외국의 그라피티 애호가 사이에서 한국 지하철이 원정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비슷한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며 “계획범죄일 공산이 크다고 보고 범행 동기를 추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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