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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위기틈타 호들갑 떠는 일본

입력
2017.04.3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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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北 미사일 발사 직후

도쿄 지하철ㆍ열차 운행 정지

자위대에 ‘美 함선 보호 임무’ 논란

도쿄메트로는 미사일 발사 관련 언론보도가 있거나 일본 정부의 속보전달 시스템인 ‘J Alert’를 통해 미사일이 떨어진다는 정보를 받을 경우 안전확인을 위해 운전을 중단키로 정한바 있다. 사진은 도쿄의 지하철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도쿄메트로는 미사일 발사 관련 언론보도가 있거나 일본 정부의 속보전달 시스템인 ‘J Alert’를 통해 미사일이 떨어진다는 정보를 받을 경우 안전확인을 위해 운전을 중단키로 정한바 있다. 사진은 도쿄의 지하철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반도 위기국면에 호들갑을 떠는 일본에서 이번엔 도쿄 지하철과 신칸센(新幹線)이 멈춰섰다. 29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 소식이 전해진 직후다. 일본에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해 전철운행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이와 관련 “정작 한국에서도 지하철이 서지 않았는데 과잉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도쿄메트로가 전노선의 운전을 10분간 중단시킨 시점은 29일 오전 6시 7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로 한국언론 보도를 인용한 속보가 나왔을 뿐, 일본 정부는 사실확인과 관련해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았던 때다. 비슷한 시각 JR서일본은 동해쪽인 가나자와(金澤)-조에쓰묘코(上越妙高) 구간에서 운행을 멈췄고, 수도권 민영전철인 도부(東武)철도도 열차운행을 중단했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트위터에 “서울의 지하철은 평소처럼 운행하는데 무슨 일이냐”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작전이다” 등의 비난성 글들을 올렸다. 일각에선 일본 정부의 전쟁공포 조성 의도에 민간부문이 알아서 보조를 맞추는 형국 아니냐는 촌평도 나왔다.

정작 일본 정치권은 골든위크(황금연휴ㆍ4월29일~5월7일)를 맞아 일제히 외유에 나서 위기조성의 진정성을 의심케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는 브라질,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장관은 미국을 거쳐 투르크메니스탄과 오스트리아를 방문하는 등 연휴기간 10명의 각료가 16개국을 찾는다. 일본 방송에서도 해외여행 인파로 가득찬 하네다공항 표정을 전하면서 일본인이 떠나는 대표적 여행지로 한국을 빼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해상자위대에 전시가 아닌 상황에서도 미군의 함선을 보호하는 임무를 처음으로 부여했다.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장관이 해상자위대에 ‘무기 등 방호’를 명령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30일 전했다. 무기 등 방호는 전시와 평시의 중간인 ‘그레이존(Gray zone)’ 상태에서 자위대가 무기를 사용해 미군 등 외국군대 함선을 방호하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시행된 안보법에 의해 가능해졌으며, 실제 임무부여로 일본은 군국주의화에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방호임무는 1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기지를 출항하는 항공모함급 대형 호위함 이즈모가 수행한다. 길이 248m에 최대 배수량 2만7,000톤인 이즈모는 14대의 헬기를 탑재할 수 있으며, 헬기 5대가 동시에 뜨거나 착륙할 수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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