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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철수 도덕성 집중공격… 安캠프는 전략 부족해 방어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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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안철수 도덕성 집중공격… 安캠프는 전략 부족해 방어 실패

입력
2017.04.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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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 김미경 교수 임용 의혹 등

파상공세 펼치며 安風 잠재워

아들 취업 등 해명 잘 못했지만

역공으로 네거티브 이슈 덮어

#2

안, 아내 보좌관 사적 동원 등

논란 커진 뒤에야 부인ㆍ사과

스스로 갑철수ㆍMB아바타 언급

국민에 부정적 용어 알려준 꼴

19대 대통령 선거운동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고수들의 싸움판은 아니다. 네거티브가 난무하던 과거 선거들에 비하면 아마추어 수준에 가깝다. 그래도 가장 공력 떨어지는 후보가 가장 큰 내상을 입었으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밑바닥 방어력을 보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역공을 통해 선방했다.

문, 아들 취업 의혹 한 번에 털었어야

가장 먼저 다양한 네거티브에 시달린 것은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한 문 후보였다. 아들 준용씨의 한국고용정보원 취업 특혜 의혹이 끈질기게 지속됐고, 부인 김정숙씨의 고가 가구 헐값 구입 논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논란, 북한 주적 정의 논란 등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네거티브에 대한 문 후보의 방어능력이 썩 뛰어난 편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의혹을 한 번에 해소하지 못하고 여러 번에 걸쳐 해명하는 질질 끄는 대응방식이 가장 큰 문제다. 민감한 이슈인 아들 취업 특혜 의혹도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문 후보 측은 ‘옛날 일이다’ ‘해당 기관에서 감사를 했는데 문제가 없다고 하질 않느냐’고 해명했는데 청년층 초미의 관심사라는 점에서 이것으론 충분치 않았다. 초반 문재인 대세론을 한풀 꺾는 데에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네거티브는 논란의 지속성과 확산성을 얼마나 빨리 잠재우느냐가 관건이다. 틀린 팩트를 하나씩 해명하는 대응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모를 밝힌다거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드는 등 설득력 있는 해명 장치를 만들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참여정부 시절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에 앞서 북한 의사를 물었는지를 놓고 송민순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과 벌인 진실 공방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문 후보는 북에 치우쳐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윤 센터장은 “ ‘색깔론의 되풀이’라고 역공을 펴 지지층의 이탈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즉 반대층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지지층을 단속하는 정도로 선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공격에서 상당한 실효를 거뒀다. 민주당은 안 후보가 국민의당 후보로 확정된 직후부터 안 후보의 조폭 연루설, 당내 경선 과정에서 선거인단 차떼기 동원 의혹, 부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특혜 임용 의혹과 보좌관 사적 동원 의혹, 딸 설희씨 재산 문제 등을 잇따라 제기하며 파상 공세를 펼쳤다. 특히 김 교수에 대한 의혹 제기는 24, 25일 한국일보ㆍ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층의 12.8%에서 ‘지지 철회를 고민하고 있다’고 나타날 만큼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문 후보 측의 이 같은 공격이 안풍을 잠재우고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차단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문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 안 후보의 정책은 건드리지 않고 윤리적인 부분만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안 후보의 도덕성을 집중 공략함으로써 안 후보 지지를 고민하는 호남 유권자들을 망설이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문 후보의 입을 더럽히지 않고 캠프와 당이 나서서 네거티브 공세를 펼친 점, 안철수 지지층을 균열시킬 만한 공격 포인트를 잡은 점 등이 모두 ‘네거티브의 정석’이라는 분석이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여론분석실장은 문 후보 측의 파상 공세는 ‘공격이 최고의 수비’임을 잘 보여준 실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 후보 자신을 향한 네거티브 공격을 다른 이슈로 돌리는 ‘밀어내기’ 전략을 동원해 역공을 펼쳤다.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지 않고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이슈를 끄집어내 유권자들이 이 문제를 잊게 하거나 덮어버리는 작전을 폈는데 이것이 효과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안, 부인에 대한 네거티브에 속수무책

안 후보는 네거티브를 막는 데에 무기력했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 결과 안 후보의 강점인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흔들리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결국 본선 초반 ‘안철수 열풍’이 위축되는 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미경 교수가 보좌관 사적 동원 의혹에 대해 사실 부인과 사과를 오락가락하고, 안 후보는 무시전략을 편 것이 나쁜 대응의 대표적 사례다. 안 후보가 뒤늦게 TV토론회에서 “사적 업무가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사적 동원한 게 맞으니 사과했구나’라는 인식이 형성된 뒤였다. 박 부대표는 “안 후보가 직접 사과하지 않은 것은 부인의 문제가 자기 문제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나, 도리어 대통령이 됐을 때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을 구분 못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상대 후보들이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 된다’고 공격한 데 대한 미숙한 대응도 보수 지지자들의 이탈을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윤 센터장은 “처음부터 확실히 아니라고 못을 박았어야 했는데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기다가 안 후보가 ‘내가 창업주’라고 뒤늦게야 정리에 나섰다”며 “어정쩡하게 대응하는 바람에 박 대표에게 거부감이 있는 보수 유권자들의 표를 잃게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최악의 대응은 23일 TV토론에서 안 후보 스스로 ‘갑철수’ ‘MB아바타’를 언급한 것이었다. 문 후보가 자신을 지나치게 공격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부메랑을 맞았다. 배 본부장은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을 어떻게든 막아야 할 판에 ‘갑철수’ ‘MB아바타’를 스스로 꺼낸 것은 큰 실책이다. 상대 후보가 원하는 반응을 줄 리 없는데 오히려 전 국민에게 자신에 대한 부정적 용어를 알려준 꼴”이라고 꼬집었다.

공격에서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윤 실장은 “민주당이 파상 공세를 펼칠 때 국민의당은 문 후보 아들 취업 의혹 하나도 제대로 밀어붙이지 못했다. 사실 민주당 경선 때부터 국민의당이 제기했던 문제인데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5일 주승용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채용기관인 고용정보원을 직접 찾아갔지만 추가 소득은 없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 친척의 특혜 취업 의혹을 제기해 초점만 흐렸다는 반응이다. 배 본부장은 “문 후보를 공격하는 이슈가 대부분 지난 대선 때 나왔던 것들이어서 네거티브의 파괴력이 약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 측의 패착은 캠프 내에 네거티브 전략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안 후보 측은 선거운동 초반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며 차별화를 꾀하다 문 후보 측이 공격의 강도를 높이자 뒤늦게 방향을 선회했다.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공격에 대해서도 ‘구구절절 해명하지 말고 넘어가는 게 새 정치다운 방식’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더러운 네거티브를 안 하는 것과 네거티브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은 별개”라며 “애초에 전략이 부재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네거티브 고수는 홍준표

고수다운 네거티브 공력을 과시한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다. 보수 유권자를 놓고 경쟁하는 안 후보에게 ‘박지원 상왕론’ ‘좌파 2중대’라는 딱지를 붙이고, 문 후보를 향해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640만 달러 수수 의혹’을 되풀이해 보수 대 진보의 구도를 형성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 대표는 “보수 진영에서 전통적으로 활용해 온 옛날 방식이지만 보수 유권자들의 호응을 끌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홍 후보가 누구나 쉽게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명확한 표적을 겨냥해,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를 머뭇거리게 만들고 정확한 사실이 아니어도 사실로 보이게 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박 부대표는 “홍 후보는 잃을 게 없다. 여성 설거지 발언, 돼지흥분제 논란 등이 부각되는 듯하지만 홍준표의 막말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어서 오히려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도리어 내년 지방선거를 감안해서 보수정당을 살려야 한다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전체의 15~20%는 되기 때문에 이들이 자신을 지지할 것이라 믿고 네거티브 공세를 더 강하게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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