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은 이병훈 PD가 첫 손에 꼽은 추천작이다. “아직 이 소설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앞으로 행복해질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는 소개도 덧붙였다. 그는 “다시 읽었을 때 혹시라도 과거와 같은 감흥을 못 느끼고 실망할까봐, 한번 더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있다”고도 했다. 그만큼 애정이 두텁다.
20세기 미스터리 거장으로 불리는 엘러리 퀸은 두 사촌형제가 사용한 공동 필명이자 소설 속 탐정의 이름이다. ‘Y의 비극’은 미국 뉴욕의 백만장자 해터 가문에서 연이어 벌어진 살인사건을 셰익스피어 극의 명배우이자 명탐정인 드루리 레인이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다. 탄탄한 복선과 치밀한 전개로 독자들을 추리에 참여하게 만드는 지적인 작품이다. 이 PD는 ‘Z의 비극’ ‘이집트 십자가의 미스터리’ ‘로마 모자 미스터리’ 등 엘러리 퀸의 다른 작품들도 함께 권했다.
‘추리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빠지지 않았다. 이미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진 불멸의 명작이다. 인디언섬이라는 외딴 무인도에 갇힌 남녀 10명이 차례로 죽고 그때마다 식탁 위의 인디언 인형이 하나씩 사라지는데, 죽음에 얽힌 비밀과 모두가 목숨을 잃은 뒤 밝혀지는 반전이 서스펜스를 자아낸다.
마지막은 윌리엄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이다. 아내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린 남자가 알리바이를 증명하려고 분투하는 이야기다. 탐정이 아닌 보통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점이 독특하다. 서정적인 필치로 묘사한 도시 풍경이 누아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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