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일자리를 만드는 데에 실패한 것 아니냐? 정부가 나서야 한다.”(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일자리는 중소기업과 벤처가 만들어야 한다.”(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8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제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회(경제분야)에서 대선 후보들은 일자리 창출의 주체가 누구여야 하는지를 두고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화두는 문 후보가 먼저 던졌다. 문 후보는 주제 발표에서 “지금까지 성장은 고용 없는 성장이었다”며 “일자리를 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은 틀린 것으로 확인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국가재정을 일자리 만들기에 총동원하고 일자리 만들기 100일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며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설치한 뒤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고 직접 일자리를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10조원에 달하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도 공약했다.
이러한 주장에 경제학 박사 출신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어떻게 소득을 늘릴 것인가’를 캐물으며 문 후보의 주장을 집요하고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그는 “문 후보의 성장은 분배를 하겠다는 얘기일 뿐 어떻게 성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없다”며 “세금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벤처에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유 호보는 또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누가 못하겠냐”며 문 후보의 공약을 평가절하했다. 이에 문 후보는 “유 후보가 말하는 ‘중부담 중복지’를 하려 해도 복지 관련 공무원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받아 쳤다.
일자리 창출 주체가 누가 돼야 하는지의 전투에는 안 후보도 참전했다. 안 후보는 “지금까지 대기업은 국가 특혜로 성장한 것이 아니냐”며 “중소기업과 벤처를 이용해서 일자리를 만들자는 게 나의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또 문 후보의 공공일자리 81만개 창출과 관련해 “문 후보의 일자리 재원에는 인건비 말고 소요되는 제반 예산들이 빠져 있다”고 공세의 끈을 조였다.
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문 후보와 같이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을 주장했다. 심 후보는 “(공약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벌겠다는 건가”라는 유 후보의 질문에 “유 후보와 같은 성장 중심의 사고 방식이 문제”라며 “그 동안 정부는 총량적 지표로 국민 삶의 방식을 은폐해 왔다”고 반박했다. 심 후보는 나아가 “복지가 바로 성장이다”며 “버락 오바마, 앙겔라 메르켈, 아베 신조 등의 정책이 바로 최저 임금을 인상해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날 문 후보와 심 후보는 임금을 올려 가계 소득을 늘리는 방식의 소득 주도 성장((가계 가처분 소득을 늘려 내수 기반 확대를 꾀하는 것)과 정부의 일자리 창출을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은 공공부문 일자리 지원 예산이 늘어도 실제 고용률은 그 만큼 오르기 힘들고 정부가 나서 일자리를 늘리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반박했다.
토론에선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를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낮추는데 왜 우리만 법인세를 올리자고 하느냐”며 “세금을 낮춰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 후보는 “이명박 정부에서 법인세를 낮췄지만 투자가 늘기보다는 기업의 사내 유보금만 증가했다”고 반박하며 “법인세 명목세율을 이명박 정부 이전(25%)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 밝혔다. 안 후보 역시 “(현재 최고세율이 22%)인 법인세율을 바로 3%포인트 올리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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