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사드 비용을 지불하는 게 적절할 거라고 한국에 통보했다”며 “사드는 10억달러(1조1,300억원)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에 대해서도 현 상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협상하거나 폐기할 것”이라고 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FTA는 트럼프정부 출범 이후 우리 정부가 가장 촉각을 곤두세워 온 현안이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까지 운운하며 방위비 분담 증액을 요구했고 한미 FTA가 미국에 불리한 협상이라고 거듭 강조해 왔다. 취임 100일을 앞둔 트럼프의 발언은 이런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사드 비용 문제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미국 측의 통보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방부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우리 정부는 부지ㆍ기반시설 등을 제공하고 사드 체계의 전개 및 운영 유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이에 비추어 사드 문제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려는 트럼프의 협상용 압박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해 2월 사드 배치 논의를 시작하며 한미가 합의한 내용에는 배치ㆍ유지 비용의 미국 부담이 명시돼 있다. 북핵 대비 필요를 감안하더라도 연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훌쩍 넘는 비용을 우리가 새로 감당하기는 무리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를 건너 뛴 사드 배치를 비판하는 여론이 끊이지 않는 마당에 약속을 뒤집은 비용 전가는 사드 반대 열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 발언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와 백악관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두고 최근 이틀 사이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NAFTA 폐기는 않겠다고 했다가, 다시 “NAFTA를 끝낼 것”이라고 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발언을 이어 왔다. NAFTA나 한미 FTA 발언은 ‘폐기’보다는 ‘재협상’에 무게중심이 놓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빈틈 없는 논리와 합리적 대안으로 닥쳐온 협상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사드의 경우 주한미군의 필요성이 앞선다는 점을 분명히 해 SOFA 규정에 따를 것을 요구해야 한다.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 증가가 한미 FTA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270억달러 적자폭을 줄이려는 조치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한다”는 미국의 사업가 출신 대통령과 씨름해야 할 새 정부의 짐이 그만큼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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