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효리는 2013년 기타리스트인 이상순과 결혼한 뒤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쏟아지는 주변의 관심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느리게 사는 삶으로 일상에 충실하기 위해 택한 귀촌이었다. 무대를 휘어잡던 ‘가요계 섹시퀸’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유기농 콩을 직접 기른 뒤 장터에 내다 팔며 자연에서 ‘오래된 미래’를 꿈꿨다. ‘소길댁’이라 불리며 제주에서 은둔생활을 즐겼던 그가 돌연 ‘민박집 사장’으로 나선다. 내달 방송될 JTBC 새 예능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을 통해서다.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ㆍ이상순 부부가 직접 민박집을 운영하고, 손님을 맞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직접 밥 지어 손님 맞을 ‘가요계 섹시퀸’
두문불출하던 이효리가, 그것도 남편인 이상순과 함께 민박집을 차려 예능프로그램 외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28일 ‘효리네 민박’을 기획한 윤현준 책임프로듀서(CP)에 따르면 이효리가 ‘사람들과 자연스럽고 소통하고 싶다’고 해 민박집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기획됐고, 그의 출연이 성사됐다. 올 상반기 새 앨범을 내고 가수 활동을 계획하던 이효리가 ‘사람들에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고 해 내린 결정이었다.
그만큼 이효리는 일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는 각오다. ‘효리네 민박’을 연출하는 정효민 PD에 따르면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에 온 이들을 위해 직접 밥을 짓고 청소를 하며, 그들과 함께 둘러 앉아 삶에 대한 얘기도 격의 없이 나눌 예정이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 ‘효리네 민박’ 숙박 신청을 한 네티즌 중 선발된 이들이 실제 민박집처럼 1~3일 동안 자유롭게 머물며 이효리ㆍ이상순 부부와 일상을 공유한다.
리얼리티를 위해 이효리가 사는 집을 민박집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정 PD는 “애월읍과 월정리 등을 답사해 민박집 몇 곳을 추리고 있는 중”이라며 “이효리의 집과 외부 민박집을 같이 프로그램에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촬영은 내달 중순에 진행된다. ‘효리네 민박’ 오픈 소식에 네티즌의 관심도 뜨겁다. 프로그램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후 2시까지 1만7,000여 건의 신청 사연이 굴비 엮이듯 줄을 이었다. ‘다섯째 아이 출산을 결심한 아내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kids***), ‘한국에 처음 온 스리랑카 친구와 함께 제주 여행을 하고 싶다’(hahast***), ‘시한부의 삶을 사는 강아지와의 마지막 여행’(bmscb***) 등 다양한 사연이 올라왔다.
제작진은 지난 2월 ‘효리네 민박’ 기획안을 마무리하고 두 달 넘게 극비리에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이효리가 가수 복귀와 맞물려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고려 중이라는 소식이 올 초 방송가에 퍼지자, 그를 잡기 위한 각 방송사 예능프로그램 제작진의 섭외 경쟁은 치열했다. 이효리가 ‘효리네 민박’ 제작진과 손을 잡은 데는 윤 CP에 대한 신뢰도 적잖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효리는 윤 CP가 KBS에서 연출한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과 ‘해피투게더-프렌즈’에 출현한 바 있다.
70% 작업 끝낸 6집... 6월 가수 출격 예정
이효리는 ‘효리네 민박’ 운영 준비와 함께 새 앨범 작업도 한창이다. 이효리의 소속사 키위미디어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효리는 제주에서 곡을 만들고 서울에서 녹음하며 6집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 새 앨범에 실릴 노래의 뮤직비디오 촬영도 마쳤다. 새 앨범 작업은 70%정도 이뤄졌고, 타이틀 곡 선정 등의 과정이 남았다. 이효리 측은 “6월께 새 앨범이 나올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때 앨범이 나오면 그가 2013년 5월 낸 5집 ‘모노크롬’ 이후 약 4년 만의 신보가 된다. 이효리는 자신의 히트곡 ‘텐미닛’(2003)을 만든 김도현 김형석 작곡가와 함께 앨범 제작에 나서 대중적인 취향의 노래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게 가요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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