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 정현(94위ㆍ삼성증권 후원)이 꿈에 그리던 세계 톱 랭커 라파엘 나달(5위ㆍ스페인)과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정현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바르셀로나 오픈(총상금 232만 4,905 유로) 단식 16강전에서 알렉산더 즈베레프(21위ㆍ독일)를 2-0(6-1 6-4)으로 꺾었다. 정현이 세계 랭킹 20위대 선수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정현은 29일 8강에서 나달과 맞붙게 됐다. 정현의 8강 상대인 나달은 메이저 대회 단식만 14번 제패한 세계 정상의 선수다. 2000년대 들어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위ㆍ스위스)와 남자 테니스계를 양분했다. 특히 클레이코트에 강해 프랑스오픈에서만 9차례 우승, 역시 클레이코트 대회인 이번 대회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정현이 지금까지 세계 랭킹 5위 이내의 정상급 선수와 실력을 겨룬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 US오픈 2회전에서 당시 세계 5위였던 스탄 바브링카(스위스)에게 0-3(6<2>-7 6<4>-7 6<6>-7)으로 졌고, 지난해 호주오픈 1회전에서는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를 맞아 역시 0-3(3-6 2-6 4-6)으로 무릎을 꿇었다.
정현은 ATP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ATP 500시리즈에서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매 포인트에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테니스를 처음 시작할 때 꿈이 페더러나 나달을 상대해보는 것이었다"며 "내일 나달과 경기가 기다려진다"고 소감을 전했다. 나달 역시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인터뷰에서 "정현을 잘 모르지만 오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분석할 것"이라며 "최근 이틀간 날씨가 안 좋았는데 내일은 맑을 것으로 예보돼 팔꿈치나 손목에 무리가 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이 투어 대회 8강에 오른 것은 지난해 4월 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 이후 1년 만이다. 당시 대회는 총상금 규모가 이번 대회보다 작은 ATP 250시리즈였다. 정현은 2015년 9월 선전오픈에서 처음 투어 8강에 진출했고, 지난해 4월 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이 두 번째 8강이었다. 두 대회는 모두 ATP 250시리즈였고 이번 대회는 그보다 한 등급 높은 ATP 500시리즈다. 아직 투어 대회 단식 4강에 오른 적은 없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