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몰아치는 바다로 그저 내 날개를 펼치고 있다. 바람아 더 불어라 더 거칠수록 나는 더 뜨겁게…”
인터뷰 자리가 순식간에 음악감상회로 변했다. 가수 이은미는 3년 만에 발표한 신곡 ‘알바트로스’를 “벅차 오른다”고 말하며 노래 한 소절을 선보였다. “이번 음악은 전체적인 멜로디가 가슴을 끓어오르게 해요. 특히 ‘바람아’라고 부르는 부분에서 용솟음치죠. 서서히 끓어올랐다 곡 후반부 폭발시키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뜨거운 감성을 뭉클하게 전달하려고 했어요. 그 감흥이 이 곡의 가장 큰 힘이죠.”
26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은미는 “충전재가 없는 사회에서 버틴다는 게 너무 어렵더라”며 “지난해 너무 지친다는 생각이 들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날개를 펼치자는 의미로 노래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알바트로스’는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 수록된 동명 시에서 영감을 받아 작사했다. 바닷새 알바트로스가 활공을 비행하는 모습을 묘사해 답답한 대한민국 국민의 마음에 희망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다.
신곡에는 2005년 ‘애인 있어요’를 함께 작업한 작곡가 윤일상과 작사가 최은하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했다. ‘애인 있어요’는 발표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2008년 MBC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의 OST로 실리면서 뒤늦게 사랑 받았다. 윤일상은 “(이은미가) 진정성에 중점을 두지, 흥행 전략을 세우는 성격이 아니라 히트가 늦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곡은 몇 년이 걸릴지 모르겠다”는 농담도 덧붙였다.
“지금 대한민국에 이 곡이 필요하다”는 게 이은미의 생각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신 없는 상황에 음원이 잘 되겠느냐”는 시선도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는 압박감, 울분을 풀 노래를 빨리 전하고 싶어서” 데뷔 이래 처음으로 디지털 음원을 선보이게 됐다.
쉬운 노래는 아니었다. 노래에 묻어있는 감정을 화려한 기술로 포장하지 않고 오롯이 목소리의 힘으로만 살리고자 했다. 그는 “내 목소리가 잘 표현하는 특유의 감성이 있는데, 이 부분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싶었다”며 “데뷔 28년 차인데 ‘알바트로스’는 정말 부르기 어려운 곡”이라고 말했다.
이은미는 연예계 대표적인 ‘폴리싱어’(political+singer·정치적 성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가수)다. 지난해 12월 7차 촛불집회의 무대에 올랐고, 2월 17차 촛불집회에서 자원봉사자로 모금활동을 펼치며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이날도 그는 자신의 신념을 드러냈다.
“주변에서 말리는데, 전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은 없어요. 공인이 정치적 발언을 했을 때 보통사람보다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알고요. 제가 하는 말과 행동은 다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범주 안에서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데 제 재능이 도움이 되도록 잘 활용해보고 싶은 것, 그것 밖엔 없어요.”
이은미는 ‘알바트로스’가 정치적 색깔로 해석되는 것에는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나 스스로를 추스르는 데 시간이 걸렸고 광화문광장에서의 경험이 도화선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내 정치적 이념 때문에 이 곡을 준비한 것은 아니다”며 “어쩌다 보니 시기가 맞물린 거지, 정치적 성향과는 별개로 봐 달라”고 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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