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사성 폐기물 불법폐기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심각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전시민이 모두 안전지역으로 대피하는데 32시간이 걸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민간연구기관인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27일 대전시의회 주최로 열린 ‘원자력시설 위급상황을 대비한 시민비상대피로 확보 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시뮬레이션 결과, 사고 발생 후 하루(24시간)안에 시민의 92%가 대피하고, 모든 시민이 대피를 완료하기까지 32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
한 소장은 방사능 방재 지원 시뮬레이터를 지형이 반영된 3차원 대기확산 평가 프로그램과 이미 공개되어 있는 도로망 등 교통영향평가 기능, 대피인구 분포 등 국가데이터 베이스를 연계시키면 구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전의 경우 원자력연구원을 기준으로 30㎞안에 대전시 전 영역이 포함되기 때문에 유사시 150만 시민 모두가 대피를 해야 한다. 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국내의 방사선 비상계획 구역이 기존 8~10㎞에서 20~30㎞로 확대된데 따른 것이다.
대전의 경우 사고 후 30분후 통보를 기준으로 대피시간을 구성했다. 이 경우 방사능 확산정보와 피폭량 등을 계산하고, 도로차단이나 사고, 신호 등이 없는 최적의 교통상황을 가정했다. 그 결과 시민의 93.8%가 대피하는 데 30시간이 걸렸고 편서풍을 고려해 방사능 확산방향인 동남쪽을 차단할 경우에는 시민대피율이 89.7%로 떨어졌다. 간선도로를 연결하는 추가대피로가 마련된 경우에는 대피율이 90.7%로 1%포인트 상승했다.
한 소장은 “시뮬레이션 결과는 사고가 없어 도로가 막히지 않는 최적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1.5~2배가량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유사시 대피시간 단축을 위해 조기경보 시스템 구축과 대피경로 확보가 필요하고,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옥내대피 시스템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원전사고는 물론 대형재난을 염두에 두고 대피경로와 대피행태 등을 파악해 도시계획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주민들이 직ㆍ간접적인 훈련을 통해 대피 할 경우에는 대피율 향상효과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평소 훈련학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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