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새 대북 기조를 밝힌 대규모 브리핑을 두고 작위적인 ‘쇼’에 가까웠다는 뒷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외교ㆍ안보 수장 3인의 합동성명 발표뿐 아니라 전체 상원의원을 상대로 한 브리핑도 상당히 파격적이었는데, 모두 취임 100일차를 코앞에 둔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 과시를 위해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미 CNN 등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은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옆 아이젠하워 청사에서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대북정책 브리핑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청을 받은 100명의 상원의원들은 오후 3~4시쯤 대형 버스를 이용해 국회의사당과 약 15분 거리의 아이젠하워 청사를 오고 갔다. 단 1시간의 브리핑을 위한 이 과정에서 정장 차림을 한 의원들이 유리창이 까맣게 코팅된 버스에 줄지어 올라타는 장관이 연출됐다. 틸러슨 장관 등 브리핑 팀은 오후 5시쯤 의사당을 답방해 하원의원 전원을 모아 별도의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 내각의 대대적인 브리핑은 유례 없는 장면이라는 지적이다. 내각 관료들이 안보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의사당을 방문하는 경우는 많으나 거꾸로 상원의원이 백악관에 총출동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취임 100일(29일)을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성과 과시용으로 이목을 끌만한 행사를 기획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브리핑에 참여했던 민주당 태미 덕워스 (일리노이)상원의원은 “(브리핑에서) 전혀 새로운 정보를 얻지 못했다”며 “상투적인 말만 늘어놓는 쇼나 다름 없었다, 100일과 관련된 움직임이 아니었나 싶다”고 비난했다.
한편 브리핑 보이콧을 선언한 민주당 버니 샌더스 (버몬트) 상원의원은 트럼프 정부가 사안을 다루는 자세에서 이미 중요 발표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샌더스 의원은 “고도의 기밀을 다루는 브리핑은 늘 의사당 특수정보시설(SCIF)에서 이뤄졌다”며 “(기밀 발표가 아닌) 백악관 ‘로드쇼’(홍보행사)의 일부가 되고 싶진 않았다”고 밝혔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