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를 비판하는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 게재한 MBC 막내기자들이 사측으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MBC는 26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전예지ㆍ곽동건 기자에게 근신 7일을, 이덕영 기자에겐 출근 정지 10일 징계를 결정했다. 이 기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 계정에 올린 글까지 문제가 돼 징계 수위가 높아졌다. 출근 정지는 회사 출입이 금지되고 급여도 제공되지 않아 사실상 정직으로 볼 수 있다. MBC는 “회사와 임직원을 근거 없이 비방해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2013년 MBC 마지막 신입공채로 입사한 5년차 기자들로, 지난 1월 동영상사이트 유튜브에 ‘MBC 막내기자들의 반성문’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에서 이들은 국정농단사태를 축소 보도해 민심을 외면했다며 MBC 뉴스를 비판하고, 김장겸 당시 보도본부장(현 사장)과 최기화 보도국장(현 기획본부장)의 사퇴 및 해직ㆍ전보 기자들의 복귀를 요구했다. 아울러 시청자들에게 “MBC를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도 호소했다.
이 영상은 온라인에서 크게 관심을 모으며 MBC 안팎의 언론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특히 MBC 내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사측이 이들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하자 선배 96명이 ‘MBC 막내기자들의 경위서 선배들이 제출합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사측을 비판하기도 했다.
MBC 인사위원회는 막내기자 3명 외에도 송일준 MBC PD협회장에 대해 미디어전문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를 허가 없이 진행했다는 이유로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10월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의 인터뷰 조작 의혹을 공론화한 김희웅ㆍ이호찬 기자 징계 건은 절차상의 문제로 인사위원회 회부가 취소됐다. 하지만 MBC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에 대한 징계 절차도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MBC 구성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MBC기자협회는 27일 성명을 내 “망가진 뉴스를 살리자는 절규와 몸부림이 징계 대상이라면 전예지ㆍ곽동건ㆍ이덕영 기자와 뜻을 같이 하는 모든 기자를 징계하라”며 “한 치의 정당성도 없는 부당 징계에 맞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해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을 위협하는 사규 조항들의 위헌성에 대한 법률적 검토와 후속 조치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며 “경영진의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보복성 표적 징계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선언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