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5 위기’를 넘기자마자 중국 언론이 “북한에 채찍 대신 당근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불과 사흘 전 미국의 북핵 시설 타격을 용인하고, 대북 원유공급까지 대폭 축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중국 정부의 속내가 반영됐다면, 애초에 중국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가 혼란스럽다. 당장의 위기만 넘기면 그만이라는 것인지, 중국이 과연 북한 핵위협에 대한 국제사회의 커다란 우려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기나 한 것인지 등의 의문이 잇따른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채찍으로는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을 막을 수 없으며 국제사회는 당근의 중요성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재와 핵활동은 잠정적으로 동결돼야 한다”고 했다. 이는 북한이 ‘4월 도발’을 포기하면 그만한 대가를 줘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4월 위기를 넘긴다고, 북한의 도발 위협이 사라졌다고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안이하다. 북한이 태양절이나 인민군 창건일을 그냥 지나친 것은 비핵화에 대한 의지에서가 아니라 미국 등의 강력한 대북압박에 일시적으로 몸을 사린 것에 가깝다.
북한은 국제적 대북공조가 느슨해질 때를 기다려 핵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낼 가능성이 여전하다. 중국 언론의 보도는 북한의 이런 의도에 장단을 맞춰 주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설사 북한이 추가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동결한다 하더라도 실전배치 직전까지 다다른 고도화된 핵 위협은 여전히 남는다.
중국이 지금까지 대북 제재를 행동에 옮긴 것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일시 중단한 게 고작이다. 그밖에는 경제ㆍ군사적으로 말 폭탄만 날렸다. 이걸 갖고 할 일 다했다고 하는 건 결국 제재 시늉만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제재의 목적은 최소한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북한이 이를 거부한다면 중국 내 북한 노동자를 송환하고, 불법 국경밀무역 단속을 강화하고, 원유공급을 축소하는 등 대북 압박의 고삐를 죄는 게 중국 정부에 주어진 국제적 책무다.
북핵 문제는 도발→협상→보상→파기→도발의 악순환을 30년 가까이 겪었다. 지금 국제사회는 다시 북핵 도발에 따른 시험대에 서 있다. 미래를 또 인질로 잡힐 것인지,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다음 기회는 아예 없을지도 모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 안보리 15개 이사국 대사들에게 “수십 년간 (북한 문제에) 눈감아 왔지만 이젠 해결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려면 실체 없는 대북 유화론부터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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