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64)이 악역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내달 9일 개봉하는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돈을 좇는 변호사 역을 맡았다.
문성근은 26일 서울 강동구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석조저택 살인사건'의 언론 시사회 후 기잔 간담회에서 "이번 영화에서 돈에 충실한 사람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해방 후 경성의 거대한 석조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두고 벌어지는 법정공방을 다룬다. 문성근은 살인 용의자이자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김주혁)의 변호인 윤영환을 연기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남도진에게 "당신이 살인을 했던 안 했던 상관없다. 수임료만 잘 챙겨달라"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속물근성을 지닌 변호사다.
문성근은 이런 악역에 가까운 역할에 대해 "요즘 다른 일을 많이 하면서 (역할을) 선택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과거로 돌아가자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면서 올바르고 고민하는 사람으로 (대중이)많이 알고 있어서 배우로서 다른 색을 연기하고 싶은 의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성근은 더 속물적인 변호사를 보여주기 위해 대본까지 수정했다. "처음 대본에는 변호사가 항소하지 않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며 "그러나 감독님과 촬영하면서 '돈이 있는데 왜 안 하겠느냐'는 의견을 냈고, 수임료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항소를 할 것이라고 얘기해 수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더욱 졸렬한 인간상을 그리고 싶었다는 얘기다.
"10~15년 전에는 나쁜 역을 하면 상업광고가 떨어져 배우들이 많이 안 하려고 했어요. 대본 속에 좋은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되는 거지, 그것이 좋은 역이나 나쁜 역으로 구분되는 게 불쾌했죠. 저는 거리낌없이 (나쁜 역도)했더니 '저 사람은 그래도 하는 구나'해서 다른 배우보다 악역을 많이 하게 됐어요."
문성근은 이번 영화에서 고수 김주혁 박성웅 등과 호흡을 맞추며 대선배로서 무게감 있는 연기를 이어간다. 그러나 109분의 러닝타임에서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똑 부러지는 '문성근식' 발성과 제스처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수도.
문성근은 이에 대해 "제가 그간 쉬고 있어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다"며 "가끔 연기하게 되면 늘 신인 같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영화의 서사 중 비중이 다소 서운하더라도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고 신고의 의미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작가가 시나리오를 쓸 때는 배우를 생각해 두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쉬고 있어서 그렇게 활용될 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차분차분 역할을 많이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후배들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박성웅 김주혁 고수 등과의 연기에 대해 “세 분 모두 처음 연기 호흡을 맞췄지만 스크린을 통해 보면서 좋았다”며 “처음이었지만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이 들었고, 너무 좋았다. 연기가 끝나고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친근감을 표현했다. “민망한 얘기인데, (후배들과) 마음을 주고 받는 달까요? 그런 기회를 갖게 되어서 좋았어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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