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대선후보에 바란다]정덕구 니어 재단 이사장
DJ시절 외환위기 극복 성공도
정치인 아닌 전문 관료 선택 덕
차기 정부 최우선 경제 정책은
눈덩이 가계부채 해법 찾는 것
韓中정부간 대화 단절 출구 필요
민간 채널 만들어 지속적 소통을
“차기 정부에선 우선적으로 내각에 전문 관료들을 전면에 배치해야 지금의 심각한 안보와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김대중 ‘국민의 정부’ 시절 산업부 장관을 역임한 정덕구(68) 니어(NEAR) 재단 이사장은 26일 “지금 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안보 위험에 노출됐고 경제 사회 전반의 정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환위기 당시 한국경제를 잘 아는 최고의 전문 관료들을 내각에 발탁해 환란을 극복했다. 가계 부실 등으로 경제는 위기에 처했고 정치적으로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대선 때와 상황이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국내 민간 싱크탱크인 니어재단은 지난 21일 서울에서 긴급 ‘한중 현안대화’를 개최했다. 한중 학자들이 사드 문제와 북중관계, 미중 정상회담 결과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하고 상호 이해를 모색해보자는 취지였다. 정 이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니어재단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반드 사드 배치 갈등으로 한중 정부 간 대화가 사실상 막혀있는 만큼 정부 이외에 지속적인 소통을 위한 민간 상설 채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에서 위기 관리를 맡아야 할 내각은 어떤 인물로 구성돼야 하는가.
“박근혜 정부가 실패한 건 인사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고의 전문관료들을 발탁해 외환위기를 극복해냈다. 하지만 지난 15년 동안 관료사회는 정부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에서 완전히 밀려나버렸다. 국가가 위급해지면 최전선에 정치인이 아닌 전문 관료들을 투입해야 한다. 지금이 그럴 시기다. 특히 6개월 간 국정공백이 있었던 만큼 대통령은 취임 하자마자 조속히 이들을 만나 현안을 논의해야 한다.”
-차기 정부가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경제 현안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외환위기 이전에는 제조업을 바탕으로 고용을 많이 하는 경제구조여서 가계부문이 건전했다. 주거비 같은 가계비용도 높지 않았고 고령화도 심각하지 않았으며 가계 부채도 적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지난 20년간 가계 부문이 완전히 주저앉았다. 가계수입 저하와 가계비용 증가, 부동산에 의존하는 가계자산, 대출에 허덕이는 가계부채 문제 등이 서로 융복합 현상을 보이며 경제 위기를 몰고 올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차기 정부는 우선적으로 가계 부채 문제를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동안 우리나라는 산업구조 개편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주력 기업들의 경쟁력이 중국, 일본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서서히 밀려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기존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을 체계 있게 추진하고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新) 산업 조류와 융합시켜 전반적인 산업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 이를 위한 차기 정부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특히 산업재편은 민간의 전문 기술 역량이 기업가 정신과 결합될 때만 성공할 수 있다. 차기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자원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투입할지를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다만 산업개편은 정부 주도의 박정희 식 개발 모델로 이뤄져선 안 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한중 관계의 골이 깊어지면서 차기 정부의 숙제로 남겨졌다.
“차기 정부에서는 이념이 아닌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접근해 중국과 접점을 모색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중국 정부 내부에서도 한중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 않기 위해 사드 문제에서 어떻게 출구전략을 세울 것인가 고심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차기 정부에선 중국이 출구전략을 취할 수 있는 적절한 동기를 제공해야 한다.”
-차기 정부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나라의 안보 위험이 한국전쟁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 국가의 안위가 미중 합의에 의해 농단될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에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 내용에 대해 양국은 우리 정부에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중국과 불화까지 겪고 있다. 차기 정부는 출범하자 마자 고위급 친(親)중파 인사를 중국에 특사로 보내 한중 정상회담을 조속히 성사시켜야 한다. 또 중국 내 인적 네트워크 강화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니어 재단이 개최한 ‘한중 현안대화’ 도 한중 간 접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인가
“이번 한중 현안대화에는 자칭궈(賈慶國)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을 비롯해 중국 측 인사 6명과 한국 측 전문가 8명이 만나 한중 관계 복원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앞으로도 자칭궈 상무위원을 통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에 우리 측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사드 갈등으로 양국 정부간 대화가 막혀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민간 대화 채널이 동원돼야 하는데 니어 재단이 그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고 본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