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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주영 “밑바닥 인생들 위로, 내 마음 속 숙제를 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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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주영 “밑바닥 인생들 위로, 내 마음 속 숙제를 풀고 있죠”

입력
2017.04.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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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 가난 겪었던 체험

한 소년의 성장담으로 담아

“절대로 세상 원망하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

내 문장서 감동받으면 만족”

작가는 밑바닥 인생의 사연을 모은 신작에서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장담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쓴 소설 중 최고로 재미 있습니다. 읽기 시작하면 밤새울 거예요. 아닙니다. 한 번에 읽히기 때문에 밤까지 읽을 분량도 남지 않을 거에요.” 문학동네 제공
작가는 밑바닥 인생의 사연을 모은 신작에서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장담합니다. 지금까지 내가 쓴 소설 중 최고로 재미 있습니다. 읽기 시작하면 밤새울 거예요. 아닙니다. 한 번에 읽히기 때문에 밤까지 읽을 분량도 남지 않을 거에요.” 문학동네 제공

“어떤 것을 주제로 삼든 제 목표는 그 작품을 읽는 사람이 위로를 받아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요.”

원로 작가 김주영(78)이 장편소설 ‘뜻밖의 生’(문학동네)을 냈다. 노인 박호구가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으로 그때 그 시절 ‘밑바닥 인생’들의 사연이 펼쳐지는 내용이다. 그가 신작을 내기는 대하소설 ‘객주’를 완간(전 10권·2013년)한 이후 4년 만이다.

26일 서울 종로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작가는 “때리면 맞고 밀면 앞으로 나아가는 인생을 살면서도 절대로 세상을 원망하지 않는 고귀한 사람의 이야기”라며 “한 문장에서 가슴 뭉클한 감동이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근 수면 장애로 2~3시간 이상 잠들지 못한다는 김 작가는 자신의 처지를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는 이탈리아 속담에 비유했다. “물레방아의 축이 튼튼해야 잘 돌아가죠. 닳고 닳아 마모가 된 물레방아는 삐걱거립니다. 축이 빠진 자동차 바퀴처럼 돌아가는 거죠. 지금 신작을 낸 것은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린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장편소설 '뜻밖의 생'을 낸 김주영 작가. 문학동네 제공
장편소설 '뜻밖의 생'을 낸 김주영 작가. 문학동네 제공

‘뜻밖의 생’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산 한 소년의 성장담이다. 항구에서 노숙을 하며 지내는 노인 박호구는 한밤중 안개를 헤치고 나타난 여인 최윤서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돌이킨다. 도박판 타짜인 아버지와 무당을 신봉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박호구는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한 데다 선천적으로 성장이 더딘 병까지 앓는다. 남편 없이 시부모를 봉양하는 옆집 단심이네와 마음을 트고 살지만, 단심이네가 남편을 찾아 떠나고 어머니와의 갈등도 깊어지면서 고향을 떠나 노숙생활을 시작한다.

유년시절 지독한 가난을 겪은 작가의 체험이 새겨진 주인공 박호구는 끊임없이 떠돌며 뜻밖의 사건들과 마주한다. 곡예단에 들어갔다가 단심이네를 다시 만나고, 노숙하던 터미널로 돌아갔다가 강제로 징집돼 군대에 끌려간다.

단심이네가 키우던 개 칠칠이는 소설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친구이자 보호자로 박호구와 동고동락한다. 이번 소설을 쓰기 전에 잠시 객주문학관에서 진돗개 두 마리를 기른 적이 있다고 밝힌 작가는 “사람 취급을 안 한다는 의미로 개를 붙여 거친 말을 사용하는데 밑바닥 층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개가 사람을 기르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오는” 이 소설의 표지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개의 형상을 닮은 그림으로 채웠다.

작가는 1989년 10월 문단을 뒤집어 놓은 ‘절필 선언’ 후 1년여 만에 “문학으로 복귀”(장석주 ‘나는 문학이다’)한 후 ‘홍어’(1997), ‘멸치’(2002), ‘빈집’(2010), ‘잘 가요 엄마’(2012) 등 장편소설, ‘야정’(1996), ‘화척’(2000), ‘아라리 난장’(2000), ‘활빈도’(2001) 등의 대중 역사물을 줄기차게 써왔다. 여전히 작품을 쓰는 이유에 대해 그는 러시아 작가 푸슈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빌려 대답했다.

“이 시가 위로를 주제로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는 얼마 안됩니다. 어두운 곳에 사는 사람, 그래서 키가 자라지 않는 사람, 이런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게 문학이 가진 가장 큰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제 마음 속에 도사린 채 숙제로 남아 있어 아직까지 글을 쓰고 있어요.”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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