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인민군 창건일 대규모 훈련만
중국 6자회담 대표 급히 일본행
내달 중순까지 2~3주가 분수령
우려했던 북한의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없었다. 25일 인민군 창건일을 계기로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미국과 중국의 거센 압박에 또다시 움츠러들면서 한반도에 팽배했던 4월 위기설은 기세가 확연히 꺾인 모양새다.
대신 남북은 군사력을 과시하는 대규모 연합훈련과 화력훈련으로 맞서며 기 싸움에 주력했다. 당장의 고비는 넘겼지만 이달 말 한미 군사훈련이 끝나고 내달 9일 대선을 앞둔 시점에 북한이 또다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북한이 지금처럼 도발을 계속 자제할 경우, 한국의 차기 정부 출범과 맞물려 남북한과 주변국이 대화 모드로 전환할 여지가 넓어지기 때문에 내달 중순까지 향후 2~3주 가량 북한의 움직임이 한반도 정세를 좌우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강원도 원산 일대에 장사정포와 방사포 등 300여문을 집결해 대규모 화력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이 최전방에 350여문을 배치한 장사정포는 개전 초기 수도권을 겨냥해 화력을 쏟아 붓는 무기로, 사거리가 짧아 탄도미사일과 달리 주변국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북한은 이외에 중앙보고대회와 각종 축하행사로 군 창건일을 기념했지만 추가 도발에는 나서지 않았다. 합참은 “직접적인 도발과 관련된 특이 동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도 화력을 총동원하며 맞대응했다. 이달 13일부터 26일까지 경기 포천 육군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한미 양국군의 최신 지상타격장비와 병력 2,000여명을 투입해 통합화력격멸훈련을 3차례 진행하고 있다. 대규모 통합화력훈련은 통상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한차례만 실시하는데, 2015년 8월 이후 불과 1년 8개월 만에 다시 훈련을 재개하면서 강력한 대북 억지력을 과시했다.
해상에서도 대북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한미 해군은 이날 서해에 이지스구축함 등을 투입해 전술기동과 함포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또 한반도로 향하고 있는 미 항공모함 칼빈슨이 27일쯤 동해에 도착하면 양국 해군은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미사일 탐지ㆍ추적ㆍ요격훈련에 나설 예정이다. 북한의 주요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미사일 150여 발을 장착한 핵추진 잠수함 미시간함도 이날 부산항에 입항해 위용을 뽐냈다.
남북이 보여주기식 무력시위로 맞서면서도 직접 충돌은 피하면서 한반도 정세는 강대 강 대립구도 일변도에서 서서히 갈등과 대화를 병행하는 조정국면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가 이날 도쿄에서 만나 “북한의 추가 도발하면 감내할 수 없는 강력한 징벌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시점에 맞춰, 중국측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급거 일본으로 향한 것 또한 국면전환의 조짐으로 읽힌다. 우다웨이는 이달 10~14일 한국을 방문한 이후 북한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조건을 놓고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방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1월 신년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강조한데다 체제 생존을 위해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포기할 리 만무한 만큼 6차 핵실험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특히 미국의 대북압박이 계속되고 북미간 대화를 위한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한반도의 위기는 언제든 고조될 수 있는 불안정한 상황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미국에 군사적으로 맞설 수 없다는 점을 깨달으면서 일단 전략적 도발이라는 4월의 큰 고비는 넘겼지만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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