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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5명 중 1명 “법인카드 악용한 적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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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5명 중 1명 “법인카드 악용한 적 있다”

입력
2017.04.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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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로 담배 다량 구매 후

싼값으로 팔아 현금 챙겨

회사 차 대신 자기 차에 기름

“주유소서 알아서 영수증 조작”

“엄연한 횡령”이라는 지적에도

“결국 다 영업 위한 것” 되레 항변

유통회사에서 6년째 영업직을 맡고 있는 안모(40)씨는 담배를 피우는 친구들 사이에서 ‘보따리 장수’로 통한다. 그를 통하면 시가보다 1,000원이나 싼 3,500원에 시중에서 파는 것과 똑같은 담배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안씨가 손해를 보는 건 아니다.

비결은 ‘카드깡.’ 법인카드로 담배를 다량 구매한 뒤 친구들에게 현금으로 담배를 팔면서 갑당 3,500원의 수익(?)을 고스란히 주머니에 채우고 있다. 지난달에만 법인카드로 산 15보루(150갑ㆍ67만5,000원 상당) 담배를 팔아 52만5,000원의 가욋돈을 챙겼다. 그는 “회사에서 나만 이렇게 하는 게 아니고, 어떤 식이든 회삿돈(법인카드) 못 빼 먹으면 동료들로부터 ‘바보’ 소리 듣는다”고 털어놨다.

영업이나 각종 직장 업무 활동비로 쓰라고 회사가 지급하는 법인카드를 악용하는 직장인들을 두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회삿돈 횡령”이라는 엄연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회사 감시를 피하기 위한 갖가지 개인적 노하우(Know-how)가 등장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실정이다.

25일 취업포털 커리어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인 754명 대상 설문 조사에서 5명 중 1명(15.8%)은 ‘법인카드를 악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법인카드로 적립한 각종 마일리지를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이들(36.8%)이 가장 많았고, 회사 업무라고 하고는 개인 용도로 유용한 적이 있다고 한 이들도 29.2%나 됐다. 전자회사 3년 차 영업사원 장모(34)씨는 “영업직으로 한정하면 아마도 10명 중 7명은 (법인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적 있다고 답할 것”이라고 했다.

수법은 교묘하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영업용 차량 대신 자가용에 법인카드로 기름을 넣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영업용 차량과 자신의 차량이 사용하는 기름 종류가 같으면 애당초 적발될 염려가 없어 마음껏 사용을 하는데, 그렇지 않더라도 주유소에 말해 영수증을 조작하면 문제 생길 일이 전혀 없다는 게 경험자들 얘기다. 생활용품회사에 다니는 박모(38)씨는 “회사 근처 주유소들은 아예 업무협약을 맺은 것처럼 알아서 회사 제출용으로 영수증을 고쳐 준다”고 했다. 20만원가량의 엔진오일 교체도 법인카드로 한다고 하는 회사원도 있다.

이들은 법인카드 유용을 ‘결국 다 영업을 위해 사용하는 회사 비용 아니겠냐’고 항변한다. 화장품회사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부장 A씨는 “영업과 영업이 아닌 것의 경계를 명확하게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법인카드 금액을 항상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예산에서 한도가 깎일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 써야 한다”는 논리를 편다.

반면 “회삿돈을 횡령하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는 지적도 거세다. ‘회사 업무’라는 정해진 용도를 어기고 있으면서도 ‘다 영업과 연결된 것’이라는 식으로 뭉개는 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건설회사 감사실 관계자는 “법인카드는 어떤 영업 활동에 사용했는지 증명하는 게 원칙”이라며 “돈(한도)이 남는다는 건 그만큼 돈이 필요 없다는 것이라 예산을 줄이는 게 정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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