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후 지지후보 바꿔” 20% 넘어
‘혹평’ 받은 安, 지지율 하락세
‘호평’ 받은 劉ㆍ沈은 2배 상승
대선 국면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승패를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조기 대선으로 인해 유권자들이 후보를 검증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점도 TV토론이 이전 대선에 비해 보다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중앙일보가 중앙일보연구조사팀에 의뢰해 23, 24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결과, ‘TV토론을 시청했거나 뉴스를 접한 뒤 지지후보를 바꿀 생각이 들었다’는 응답이 20.4%를 기록했다. 15, 16일 중앙일보 조사 때 10.6%의 2배 가까이 상승한 수치로 TV토론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신문ㆍYTN이 엠브레인에 의뢰해 17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선 “지지후보를 바꿀 수 있다”는 응답은 28.1%였다.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6.3%가 “TV토론 등을 보고 지지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전 대선에 비해 지역ㆍ이념 대결 구도가 사라진 상황에서 TV토론이 지지후보를 결정하는 주요 준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첫 스탠딩 토론이 도입된 19일 KBS 주최 TV토론의 전국 평균시청률은 26.4%를 기록했다.
TV토론 이후 후보들의 지지율도 크게 출렁이고 있다. 첫 TV토론이 열린 13일 이전만 해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박빙 승부를 벌였다. 그러나 19일과 23일 TV토론 이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선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오차 범위 이상의 우위를 보이면서 1강(强) 1중(中) 구도로 재편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안 후보는 23일 TV토론에서 자신의 강점인 ‘미래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 자신에 대한 네거티브 해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고, 특히 ‘MB 아바타’ 등 토론 주제와 거리가 먼 질문으로 혹평을 받았다. 이후 실시된 중앙일보 조사에서 ‘누가 TV토론을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안 후보는 9.0%로, 6.7%에 그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를 간신히 앞섰다. 경쟁자인 문 후보는 17.4%였다. 군소후보들인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23.7%)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22.0%)가 후한 평가를 받았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24, 25일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도 ‘지지 여부에 상관 없이 누가 TV토론을 가장 잘 했느냐’는 질문에 심 후보가 27.2%, 유 후보가 22.1%로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문 후보 12.6%, 홍 후보 5.9%, 안 후보 5.1% 순이었다.
토론에서 후한 평가를 받은 심 후보와 유 후보의 지지율은 동반 상승했다. 심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8.0%, 5.1%를 기록, 8일 실시한 한국일보 조사 때의 3.6%, 3.0%보다 2배 가까이 상승했다. 반면 박한 평가를 받은 안 후보는 8일 조사에선 37.0%로 문 후보(37.7%)를 턱 밑까지 추격했지만, TV토론 이후 실시된 이번 조사에선 26.4%로, 8일 조사 때보다 10.6%포인트 급락했다. 상대 후보들의 네거티브 공세에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은 문 후보는 40.4%로, 8일 조사 때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TV토론은 자신이 지지하는 사람을 더 지지하게 만드는 강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각 후보들은 상대 비판보다 왜 나를 찍어야 하는지 분명한 메시지로 세일즈해야 한다”면서 “23일 토론에서 안 후보에게 실망했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실제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www.nesdc.go.kr)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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