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신경전 사회자가 중재
‘스탠딩 아닌 원탁’ 주목도 높여
25일 열린 대선 후보 4차 TV토론회는 이전 3번의 토론보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후보간 정책 공방이 이뤄졌다. 그간 네거티브 경쟁으로 치달았던 난상토론식의 ‘스탠딩 자유토론’ 방식과 달리 사회자가 중심을 잡으면서 후보들도 주요 정책 문제를 놓고 집중도 높은 진지한 토론을 벌일 수 있었다.
이날 토론회는 자리배치부터 이전과 달랐다. 원탁 테이블에서 손석희 앵커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왼쪽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손 앵커 맞은편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배치됐다. 공교롭게 과거 같은 당에 몸 담았던 문 후보와 안 후보, 홍 후보와 유 후보가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서 진행돼 신경전도 더 치열했다. 손 앵커가 토론회 전 “상대방의 반응을 바로 체크하면서 얘기를 해서 굉장히 다른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대로 자리배치부터 차분한 정책토론을 위한 배려에 집중했다.
토론 진행 방식도 기존과 다소 차이를 보였다. 2시간 50여분간 1, 2부로 나눠 진행된 토론회 전반부에서는 후보당 6분씩 두 차례 주어진 시간 총량제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됐다. ‘경제 불평등 심화와 사회 양극화 해법’ 주제의 토론에서는 유승민ㆍ안철수 후보가 먼저 자신의 주요 공약을 설명한 후 다른 후보들과 공수를 바꿔가며 논쟁을 벌였다. 이어진 ‘한반도 안보와 국익을 지킬 적임자’ 주제에서는 문재인ㆍ홍준표 후보가 관련 공약을 언급한 뒤, 역시 다른 후보들과 격론을 주고 받았다.
상대 후보의 정책과 리더십 검증을 주제로 진행된 2부 주도권 토론에서 특히 손 앵커의 존재감이 드러났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로 문 후보와 홍 후보의 신경전이 과열되자, 손 앵커가 바로 나서 정리했다. 이전 3번의 토론회에서 후보간 감정싸움이 격화될 때, 제때 정리하지 못해 혼란스러웠던 장면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손 앵커는 사회의 공통질문 순서에서도 ‘당선 시 내각에 중용할 인물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홍 후보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자, 바로 팩트체크에 나서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즉석에서 확인했다. 또 토론 중간 ‘밤샘토론을 하자’는 식의 농을 던지는 등 자칫 이완될 수 있는 토론회 분위기를 잡아가는 모습도 보였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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