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압식 저물고 전기ㆍ전자방식으로 진화
모터 위치 따라 CㆍR타입으로 나눠
SM6 등 고급차, 핸들 떨림 적고 조향감각 우수한 R타입 선택
“손 맛이 좋다”, “핸들링이 절묘하다”….
자동차 성능을 표현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표현이다. 잘 달리고, 잘 멈추는 능력과 함께 운전자 의도대로 얼마나 잘 회전하는지 여부는 운전의 재미와 직결돼 완성차 업체들의 첨단 기술이 집약돼 있다.
우선 핸들링을 담당하는 핸들, 즉 ‘스티어링 휠(차량 운전대)’은 바퀴를 움직이는 만큼 차량 하중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밖에 없다. 80년대 출시한 소형차들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에도 운전대를 돌리기 힘들었던 게 이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게 ‘파워 스티어링’시스템이다. 엔진이 운전대와 연결된 유압펌프를 구동하게 해, 작은 힘으로도 손쉽게 운전대를 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엔진 동력의 일부를 사용해야 하고, 유압펌프, 리저버 등 장비 무게도 있어 연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환경문제가 주요 이슈로 떠오르면서 연비를 중시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유압식은 속속들이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휠로 바뀌었다. 브랜드마다 EPS(Electronic Power Steering), MDPS(Motor Driven Power Steering)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유압시스템 대신 전기모터, 전자제어 등의 장치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간단하고 가벼워 연료 소비를 줄일 수 있고, 운전대를 손쉽게 주행모드에 따라 가볍고 묵직하게 변화를 줄 수 있다.
전자식 방식은 전기모터 장착 위치에 따라 크게 C타입(Column EPS)과 R타입(Rack EPS)으로 나뉜다. R타입은 바퀴에 가까운 스티어링 기어에 모터와 전자제어를 장착하는 방식이고, C타입은 운전대 근처에 이들 장치를 내장한다. C타입은 모터 등을 엔진룸과 떨어져 장착하는 식이라 공간확보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분명하다. 중소형 전륜차량에서 이 방식을 대부분 채택하는 이유다. 그러나 바퀴와 떨어져 있는 만큼 응답성이 떨어지고 떨림이 생길 수도 있다.
반면 R타입은 보다 정교함 주행감을 줄 수 있으나, 엔진하부에 변속기, 차동기어가 있는 전륜차량의 경우 공간확보가 쉽지 않아 채택하기 쉽지 않다.
타입에 따라 핸들링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해 신차 출시 시 논쟁이 되기도 한다. 손맛을 중시했다는 르노삼성차 SM6와 현대차 쏘나타가 대표적이다. SM6는 R타입을, 쏘나타는 C타입을 각각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 측은 “전자제어장치(ECU) 성능을 높여 안정적인 핸들링과 민첩한 조타감 구현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반면 르노삼성차는 “감성을 사로잡는 드라이빙을 중시했기 때문에 설계 기술적 난이도가 높았지만 운전대의 조작감이 뛰어나고 정확한 작동을 해주는 R타입을 채택했다”고 강조한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