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충분한 사전홍보 없이
강남 한복판에서 비행 훈련
25일 오전 회사원 정모(50)씨는 아내로부터 “하늘에서 난리가 났다. 무슨 일이냐”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전투기들이 굉음을 내면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검색을 한 정씨가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에어쇼 연습을 한다는 답을 했지만 아내는 “진짜냐”며 한동안 불안에 떨었다고 했다.
북한의 핵 위협과 관련해 ‘한반도 위기설’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공군이 충분한 사전 홍보 없이 서울 도심 상공에서 전투기 에어쇼 연습을 벌여 시민들이 놀라는 소동이 벌어졌다. 공군에 따르면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는 이날 오전 10시10분부터 45분까지 서울 잠실 상공에서 비행 훈련을 펼쳤다. 29일 진행되는 서울 국제휠체어마라톤대회 기념 에어쇼 예행연습이다. 이날 동원된 비행기는 고공 모니터링을 담당한 1대와 초음속 훈련기인 T-50B 8대 등 총 9대.
초음속 전투기가 서울 송파 강남 등 도심을 저공비행하자 당황한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송파구 일대 초ㆍ중ㆍ고교는 전투기 굉음으로 수업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였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모씨는 “탄력 근무로 오전 10시가 지나 출근하는데 전투기가 연속으로 비행하길래 놀라서 다시 집안에 들어갔다”며 “덕분에 예고도 없는 민방위 훈련을 한 셈”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군의 부실한 홍보도 도마에 올랐다. 공군은 지난 21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서만 에어쇼 예행연습 계획을 공지했다. 공교롭게도 북한군 창군일이기도 했던 이날, 에어쇼 일정을 몰랐던 시민들은 무력 충돌이 생긴 게 아닌지 걱정하기도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민감한 시기에 강남 한복판에서 에어쇼 연습을 할 요량이면 사전 안내를 충분히 했어야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공군은 이날 오후 3시20분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2차 예행연습 일정을 취소했다. 블랙이글스 관계자는 “오후 구름이 많고 시정(視程)이 좋지 않아 안전 문제를 우려했다”고 밝혔지만 시민 불안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블랙이글스 편대는 29일 경북 예천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오전 11시45분부터 10여분간 서울 잠실 주경기장 상공에서 에어쇼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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